혼거의 현장…무허 판잣집|정능「처녀난자」사건의 소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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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베니어」판을 둘러쳐 지은 4평짜리 무허가 판잣집.서울성북구백능1동산61 이곳이「새디즘」의 독소가 싹튼 온상이었다.
정능동 처녀연쇄난자 사건의범인 김영복(22)은 중류급 주택이 즐비한 성가수녀원 서쪽담밑 공터에 지은 「바라크」에서 10대의 가출 소녀들과 어울려 혼거. 이 생활을 계속해오면서 탈선의 길을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바라크」주위의 주택가에서는 바로 담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혼거생활을 남의 아이들의 일로만 보고 덤덤히 넘겼다. 부모들도 가출한 자녀들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무관심하기만 했다.
김은 서울에서 태어나 2살때 아버지가 『일본으로 돈 벌러간다』면서 훌쩍 집을 나간 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김의어머니(63)는 냉차장사,배추장사,날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아들의 학비를 대지 못해 김은 지난68년 S중학 3년을 중퇴해야했다.
그 뒤로부터 김은 구두닦이,호떡장사,뼁뺑이돌리기 등을 해오다가 지난69년12윌 특수절도혐의로 소년원에 송치된 것을 비롯, 세차례나 전과를 저지르면서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갔다.
소년원을 나온 그는 일정한 할 일이 없이 지내다 지난3월 어머니로부터『빈둥빈둥 놀지말고 돈을 벌어오거나 아니면 교회에라도 나가라』고 꾸짖자 집을 뛰쳐나왔다.
이들과 혼거해 온 채모양 등 2명의 10대 소녀들도「스웨터」공장 직공으로 있다가 김등과 사귀게되면서 집을 나온 가출소녀들.
김과 친구 이는 이들 소녀들에게 집에 가서 쌀과 돈을 가져오도록 강요했고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까지 했다.
참다못한 김모양은 지난5월15길 미가1동에 있는 자기집에서 5만원을 훔쳐 다식기·책상·찬장까지 사들여 버젓이 살림을 차렸다. 이들은 지난5월19일 경기도 광주군중부면으로 셋방을 얻어 이사한 뒤에도 판잣집 주위 현모씨집에서 「캐슈밀론」이불등 6천원어치를 훔치는 등 아쉬운 것이 있으면 예사로 도둑질을 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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