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안정과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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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경제는 바야흐로 전면적인 「인플레」과정에 접어들고 있어 각국은 공정할인율·대출금리 등을 계속 인상시키고 있으나 「인플레」 수습에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경제가 내포한 제반모순을 행정적으로 완화 또는 해소시키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서 경제이론이 적절한 해명을 줄 수 없어 경제학의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즈음 특히 안정과 성장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책기준을 설정치 못한 채 행정권의 강화가 각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일본이 근자 격화되는 「인플레」에 적극적으로 대처키 위해서 서독의 『경제안정성장촉진법』을 본받아 『경제안정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추세의 하나라 하겠다. 행정권의 강화와 의회권한의 약화를 통해서 경제정책집행의 시간성을 높이자는 것이 그 근본취지라 할 것이다.
현대경제의 변화속도가 엄청나게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에 장기일의 시간이 소모되어서는 정책조정의 실효가 없다는 뜻에서 행정권의 재량범위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권의 강화가 자본제경제의 고유한 장점이라 할 가격기구의 기능에 대한 불신에서 파생되는 것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자본제경제정책은 가격기구의 조정기능을 신뢰함으로써 정책은 가격기구의 원활한 작동에 조력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러나 자본제경제의 성숙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심화해서 가격기구가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재정의 개입을 심화시켜야 할 필요가 생겼던 것이며 그것이 기본적으로는 적극재정정책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이른바 「케인즈」파 정책논리가 가격기구에 대한 부인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함을 보완한다는데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자의 행정권 강화경향도 궁극적으로는 가격기구의 부인을 뜻하는 것은 아닌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행정부의 정책개입에 지장을 주는 국채·조세 및 금융규제의 법률주의를 완화해주자는 것이 근자의 시도라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그러한 행정권의 강화로 각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이 조화 있게 추구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님을 부인할 수는 없다.
솔직이 말하여 오늘의 국제경제가 내포한 불안정성은 개별국가만의 안정과 성장의 조화만으로 진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족주의적인 경제정책추구를 각국이 버리지 않는 한,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불안정성은 불가피하다는 뜻에서 현대자본주의경제는 보다 깊은 모순 속에 잇는 것이다.
자본제경제 전체의 안정과 성장을 보증할 초국가적인 정책기구가 형성되어 각국경제정책을 조정해주지 않는 한, 개별국가의 안정과 성장도 보장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국제경제동향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개별국가의 정책이 행정권의 강화만으로 안정적 성장을 보증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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