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억제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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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들어 수입허가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통관「베이스」로도 지난 3월말 현재 7억7천9백만불을 기록, 전년동기보다 52·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허가「베이스」로 3월말까지 1백66·4%나 증가된데 비해 통관「베이스」에 의한 수입 실적이 낮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작년도 허가분의 이월집행에 연유한 것이며 앞으로는 허가 「베이스」 증가율에 상당하는 통관성적이 나타날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처럼 수입절차상의 「타임·래그」로 통관「베이스」에 의한 실적이 낮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주요품목의 수입통관실적은 소맥이 1백16·3%, 원모가 3백7·4%, 원당이 1백45·4%, 생고무 45·7%, 목재 44·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주요품목의 수입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단순한 금액상의 「인플레」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경기호전과 수출호조에 따른 물량면의 증가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량면의 통계가 없기 때문에 수입증가가 물자수급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미루어 수입「인플레」가 물량면의 증가보다 더 크게 우리의 수입격증을 촉발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주요물자국제시세가 원모는 1백58·3%, 소맥은 64·3%, 생고무는 58%, 원목은 65·4%내지 87·8%, 고철은 66%가 오른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될 수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수입「사이드」의 여러 가지 변화는 모처럼의 수출 「붐」을 타고 국제수지를 개선해보려는 우리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일이라 하겠으며 오히려 1·4분기 중에 약 3억불의 무역역조를 가져온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제수지의 악화는 필지의 사실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가 3%억제라는 안정정책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수입정책 등에 신축성을 잃는 정책의 경직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량공급증대를 위한 수입정책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위적인 저물가정책 속에서 수입을 계속 늘려간다면 가격정책면에서 수입상품의 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우리의 생산구조 자체가 수입의존형으로 이미 굳혀져있기 때문에 수입의 지나친 억제는 물가뿐만 아니라 생산활동에도 침체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둔화라든가 고용문제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안정기반 위에서 고도성장을 추구하려는 기본적인 정책과제가 실현되려면 수입의 증가는 필지의 사실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수입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은 환율과 관세율인상, 통화량 및 소비억제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정책환경은 환율의 정착화, 물가안정을 위한 관세율인하, 통화팽창등 오히려 수입조장적인 정책만 계속돼 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환경 속에서 경기상승이 계속되는 한, 수입의 축소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소비면에서도 물가안정이라는 대전제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없이 방임상태에 있고 소비의 선택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제수지의 악화로 단기적인 경기상승이나 고도성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원자재개발과 대체를 한층 서두르고 불요불급한 수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수입계획을 조정, 국제적인 원자재가격상승과 경기상승에 따른 수입증가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애로요인이 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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