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의 총아 「이온」주입법|「트랜지스터」를 초극소형화한 「테크놀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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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자제품의 주역인 「트랜지스터」를 어느 정도 극소형화 시킬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나 최근 이 분야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있는 「테크놀러지」는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까지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초극소형화 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개발된 「이온」주입법의 공로다. 전자공업의 총아로 등장한 「이온」주입법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알아본다.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전자제품의 크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해서 소형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자들의 중심적인 관심사였다. 휴대용「라디오」라든지, 휴대용 녹음기라는 것도 실은 「트랜지스터」 소형화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의 전자시설을 비롯해서 휴대용「컴퓨터」, 첩보용 전자제품, 그리고 도청에 쓰이는 전자장치는 「트랜지스터」의 극소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원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소 반도체재료연구관)는 『「트랜지스터」의 소형화 「테크닉」으로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열확산법으로는 「트랜지스터」의 초극소형화는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요구되고 있는 초극소형화가 가능해지는 경우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표면적이 수「미크론」(1천분의1㎝ 단위에 불과하고 두께는 수「옹스트롬」(1만분의1「미크론」)에 지나지 않으므로 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트랜지스터」의 전자현미경적 크기를 가능케 한 「테크닉」이 바로 최근 전자공학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이온」주입법』이라는 정 박사의 말이다.
우선 「트랜지스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먼저 규소로 된 「웨이퍼」(판판하게 깎은 규소조각)위에 규소적층을 형성시킨 후 만들고자 하는 「트랜지스터」의 형에 따라 그 적층에 붕소원자나 인원자를 주입시키면 「트랜지스터」가 된다.』 이 제조과정에서 규소적부에 붕소나 인원자를 주입시키는 「테크닉」에 따라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좌우되는 것이라고 정 박사는 설명한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열확산법으로 이들 원자를 주입하는 경우 「웨이퍼」와 불순물을 노에 같이 넣고 섭씨 1천도 이상으로 가열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가 불필요할 정도로 커져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온」주입법을 이용하게 되면 『이들 원자를 원하는 부위와 깊이에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트랜지스터」를 전자현미경적 크기로 초극소형화시킬 수 있다』는 정박사의 설명이다.
1954년 미국의 「윌리엄·B·쇼클리」씨가 「이온」 주입법을 창안, 특허를 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만족할만한 정밀도를 얻을 수 없었다.
한편 『「쇼클리」씨의 「이온」주입법을 가능케 한 주역은 핵물리 학자의 전용도구인 가속기』라고 이철주 박사(연세대 이공대 교수)는 말한다.
가속기는 원래 물질의 구조를 탐구하는데 이용되던 것. 이 박사는 『이 가속기에 주입하고 싶은 「이온」을 넣고 전장을 걸어주면 「이온」이 가속되고 「에너지」가 발생되는데 이 「에너지」를 이용해서 규소적부에 정확히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이온」주입법이라는 것은 표적에 정확히 총을 쏘듯이 가속기를 이용해서 「이온」을 전자현미경적 크기의 규소적층에 고도의 정밀성을 다해 주입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트랜지스터」를 초극소형화 시키면 그만큼 전자제품의 크기도 작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경테에 녹음기를 부착시킨다든지 「라이터」크기의 「컴퓨터」를 휴대하는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이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전자공업의 「테크놀러지」가 그토록 발달했는데도 우리 나라는 열확산법을 이용한 「트랜지스터」제작공정마저도 미숙해서 이미 만들어진 「트랜지스터」판을 외국에서 사들여와 필요한 만큼의 크기로 잘라서 쓰는 형편』이라면서 더더군다나 『「이온」주입법의 이용에 대해서 엄두도 못내고 있는게 국내전자산업계의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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