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서사, 등기업무 유치에 과열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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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부 사법서사들이 저당권 설정 등 등기업무를 많이 다루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나 부동산회사를 상대로 경쟁적으로 등기건수를 따기 위해 사례비를 주는 등 사법서사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잦아 21일 대법원이 전국지법에 감독권을 강화하여 기강을 확립하도록 힘쓰라고 지시했다. 대법원은 이를 단속하기 위해 사법서사 징계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대법원 당국은 이미 지난 2월 갖가지 비위사실이 밝혀진 사법서사 20명을 징계 조치했으며 이어 고령자·정신 및 신체허약자 23명에 대해 인가를 취소, 폐업조치했고 다른 25명에 대해서도 곧 폐업을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서사들에 대한 이같은 강경조치는 일부 사법서사들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대부에 필요한 저당권 설정등기 또는 말소등기·경매 등을 할때 단골로 동기위임을 받기 위해 과잉경쟁을 벌여 갖가지 잡음이 일어남에 따라 취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은행의 영업관계 직원들은 대부신청인들이 수속을 할때 단골사법서사에게 즉시 연락, 일을 맡기기도 하고 신청인에게 특정사법서사에게 수속을 의뢰하는 위임장을 받기도 한다. 또 단골사법서사들은 은행에 대서소 직원을 상주시키기도 한다.
모은행의 경우 대부신청인이 구비서류를 내 담보물 감정이 끝나면 계약서와 등기권리증·등기등본과 함께 저당권 등기설정을 은행이 지정한 사법서사에게 맡긴다는 위임장을 함께 신청인이 은행에 제출토록 하고있다.
이 은행은 중구 을지로 2가 P모대서소에 의뢰, 설정등기를 한 뒤 견적서를 신청인에게 돌려 비용을 부담시킨다.
1백40만원짜리 대부의 경우 신청인이 직접 저당권 설정등기를 하면 등륵세·인지대 등 2천8백60원과 등본료 3백60원 등 모두 3천2백20원이 드는데 비해 이 은행에서 지정한 대서소에서는 열람 사본료 8백원, 등본료 9백윈, 세금 등 2천8백60원, 수수료 2천5백원 등 모두 7천60원의 비용이 든다.
또 모은행에서 AID차관 22만7천「달러」를 융자받은 김모씨(50)의 경우 은행지정의 사법서사가 청구한 등기비용은 19만7천원으로 일반대서소에서 받는 7만5천원의 2.6배나 되었다는 것.
은행측은 믿을 수 있는 대서소에 일을 맡기면 착오가 없으므로 특정인을 지정한다고 신청인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다른 대서소에서 수속을 하고 착오 없는 등기등본을 땔 수도 있는 일을 단골 사법서사에게만 위임하는 것을 관례로 삼고있다.
이러한 사례는 저당권 설정등기뿐 아니라 등기말소 경매처분 등을 할때도 관례로 되어있다.
서울의 경우 시내 사법서사 4백13명중 은행등의 단골사법서사는 1백명 가량으로 알려져 있고 은행의 본·지점에는 으레 3∼10명의 단골대서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은행의 일거리를 맡기 위해 ①상당한 금액의 예금을 하거나 ②예금주를 유치하는등의 조건에 따르기도 하고 대부계 직원들을 교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고객들은 저당설정 과정에서 단골사법서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등 갖가지 불편까지 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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