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고향' 2년만에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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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만큼이나 사연이 많았던 다큐멘터리 한 편이 일반 관객과 만난다.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광화문 아트큐브(일주아트하우스)에서 상영되는 '하늘색 고향'(감독 김소영)이다.

부산영화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2000년) 수상, 암스테르담.야마가타(2001년).대만(2002년)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초청 등 국내외서 각광을 받았음에도 다큐멘터리란 비인기 장르 탓에 극장을 잡을 수 없었던 설움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늘색 고향'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앙 아시아로 삶의 터전을 옮겨간 한인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중앙 아시아 한인의 어제와 오늘이 공개되는 건 물론 처음이 아니다. 그간 TV에서 특집 프로그램 형식으로 종종 방영했다. 하지만 '하늘색 고향' 은 제작진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TV 다큐멘터리와 달리 등장 인물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충무로의 취약 지대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능성을 넓혀놓았다.

영화는 97년 '고려인 강제이주 6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공훈화가 신순남씨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년 시절 중앙 아시아로 끌려왔던 신화백의 성장사와 만리 타향에서 떠돌았던 고려인의 수난사가 가로.세로로 맞물린다. "우리는 노예였습니다. 노예에겐 이름도 민족도 없습니다"는 신씨의 말이 시작부터 메아리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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