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아내와 다툼 벌이던 30대 한인남성 의문사

미주중앙

입력

퀸즈에서 자란 미 육군 출신 30대 한인 남성이 텍사스주 엘파소 자택에서 백인 아내와 다툼을 벌이다 의문의 총상으로 사망해 유족들이 진실 규명에 나섰다.

엘파소 경찰에 따르면 육군 부대 포트블리스(Fort Bliss)에서 탱크 정비 민간인 콘트랙터로 근무하는 오자철(32. 사진)씨가 지난달 16일 집 화장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경찰이 오씨의 어머니 주복인씨와 누나인 애나 오씨에게 밝힌 수사 결과에 따르면 오씨는 발견 당시 머리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총탄이 뚫고 지나갔고 총탄은 화장실 벽에 박혀 있었다. 부검 결과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머리 총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자살로 판단했다.

오씨의 누나가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엘파소 경찰국 조 오초아 형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씨와 아내는 하루 종일 말다툼을 벌였고 화가 난 아내가 자살을 하겠다며 권총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두 발을 발포했다. 그러나 첫 발은 불발됐고 두 번째 총탄은 바닥에 쏘았다. 오씨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괜찮으냐"고 수차례 물었고 결국 아내가 문을 열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내부에서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말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오씨가 권총을 빼앗아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쏘았다.

오초아 형사는 권총에 오씨의 지문이 있었느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지문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내의 진술이 일관되고 법의학적 조사에서도 오씨의 머리에 생긴 총상은 당시 앉아 있던 오른손잡이 아내가 왼손으로 쏘기에는 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학적 증거도 오씨가 스스로 총을 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씨의 유가족은 이러한 경찰의 말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어머니 주씨는 16일 "육군 보병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5차례나 전쟁에 참전해 살아 돌아온 아들이 아내와 싸웠다고 해서 자살할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족은 오씨 아내의 석연찮은 행동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내가 오씨의 유족에게 사망 소식을 알린 건 사건 발생 뒤 10일이 지난 뒤였고 유족이 엘파소를 방문했을 때도 집 주소를 알려 주지 않아 주씨는 아들의 집에도 가보지 못했다.

또 가족이 시신을 보는 것을 부인이 동의하지 않아 아들의 시신도 보지 못했다.

주씨는 "내가 16일 동안이나 엘파소에서 머무는 동안 나에게 통보도 없이 아들의 시신을 화장시켰고 결국 장례식장에서 한 줌의 재로 만나야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씨는 8세 때 우드사이드로 이민 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플러싱으로 이사온 뒤에는 프랜시스루이스고를 다녔다. 그 후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 2002년 육군에 입대해 6년을 복무했고 제대 후 민간인 콘트랙터로 근무해 왔다.

현재 유족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오씨의 직장 동료에 따르면 엘파소 경찰의 다른 부서에서 이번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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