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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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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은 제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다.
「유신헌법」에 의한 새 정치체제 수립은 제4공화정 하에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회를 구성함으로써 비로소 그 정초작업이 완결된다.
개헌에 의한 정치체제를 전환하게 만든 요인의 하나는 지난날의 선거풍토·정치풍토가 부패·타락했고 또 의회 민주정치가 비능률과 낭비를 극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개선치 아니하고서는 도저히 국력의 신속한 배양 및 그 집중적 사용이라는 객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따라서 제9대 국회의원 선거가 지대한 의의를 지닌다는 것은 본란을 통해 이미 누차 지적한 바이다.

<공명선거의 이상접근>
지난 15일간의 선거운동 과정으로 보아 종전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대체로 다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로 입후보자 수가 많이 줄어들고, 경쟁률이 2.3대 1 밖에 되지 않았다.
둘째로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선거운동이 벌어졌었다.
세째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확보되었고, 관헌에 의한 선거간섭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네째로 선거법이 잘 준수되었으며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여 표전을 늘리고 가꾸려고 하는 현상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이상 네 가지 특징은 이번 선거가 공명선거의 이상에 한 걸음 접근하고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 이와 같은 특징이 조성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하나는 인구 40만 명 당 1선거구에서 2명의 당선자를 내게 하는 한편, 선거운동을 철저히 공영화한 개정 선거법의 취지가 주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선거구·복수당선제의 실시는 정치적인 투기심을 누르고 입후보 난립을 막았다. 그리고 선거운동의 철저한 공영화가 소란스러운 선거기풍을 일소했고 선거전의 과열화를 억제했다.
다음으로는 준법정신의 앙양이다. 정부상국은 이번 선거전 개시 전에 사전선거운동을 엄중 단속함으로써 선거법규 위반을 철저히 다스릴 태도를 행동으로써 보여주었다. 그뿐더러 선거를 공고함에 있어서도 준법선거를 강조하여 사소한 위법행위도 묵인치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표명했다. 어디까지나 법을 지키면서 공명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는 정부당국의 엄한 자세는 입후보자·정당·선거운동원, 그리고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당선이 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이 때문에 선거법규가 전례 없이 잘 준수되었다.
세째로는 국회의원선거에 대한 국민의 정치의식의 변화이다. 과거와 같이 타락한 선거를 해 가지고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유권대중으로 하여금 선거 때 한목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였고 주권자로서의 긍지와 심판자로서의 명성을 되찾게 하였다.
아마도 이상 세 가지는 이번 선거전을 공명선거의 이상에 대폭 접근케 한 소이일 것이다. 우리는 선거전 과정에 있어서 부패선거, 타락선거의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빠짐 없는 투표권 행사>
그러나 지역선거구의 크기가 종전에 비해 배로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선거운동기간이 너무도 짧았기 때문에 또 해방후의 헌정사 전체를 통해 오직 사영선거운동에만 습생화한 국민대중에게는 선거운동의 공영제 자체가 매우 낯설었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고 투표율의 저조화를 가져오지 않을까를 우려한다는 아무리 선거운동전이 공명정대하게 벌어졌다 하더라도 심판자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이 모자랐다고 하면 그 선거는 결코 훌륭한 선거라고 할 수 없다. 유권대중은 이점을 깊이 명심해야한다.
다망한 생활이나 정치적 무관심의 탓으로 지금까지 선거과정에 대해서 별로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유권자라 하더라도 오늘 혹은 내일 중으로 자기 집에 배포된 선거공보를 숙독하고, 그중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고 반드시 투표를 동해서 의사표시를 하도록 해야한다. 이 것이 바로 주권국민으로서 정치적 의무를 마하는 길이요, 선거운동과정에 있어서 종전의 폐단을 일소한 금차 선거로 하여금 유종지미를 거두게 하는 방법이다.
유신헌법체제하 정당대결은 정권투쟁의 의미를 못 갖게 되었으므로 이른바 『여·야당의 관계』는 이를 전통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는 없게되었다. 어떤 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면 그 소원에 따라서는 어떠한 입법이나 개용도 할 수 있던 것이 구 헌법체제였다고 한다면 이제 새 체제하에서는 누구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마당에 있어서도 새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정당대결을 가지고서는 개헌 같은 것은 원천적으로 못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
신 체제하 의회 내에서의 정당 대결이란 본질적으로 신체제를 승인한다는 대전제 밑에서 신체제가 추구코자하는 목적을 달성키 위한 방법논쟁-선의의 정책경쟁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유권대중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여·야 관계를 새 헌법의 시야에서 보아나가야 한다.

<인물본위의 선택>
이런 시야에 선다고 하면 어느 후보는 인물은 훌륭하지만 모당에 속한 탓으로 기피한다든가, 또 다른 어느 후보는 인물은 못났지만 다른 모당에 속하는 탓으로 지지한다든가 하는 사고방식은 통할자리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 국회의원선거 투표는 인물선정과 정당선경의 의미를 아울러 갖고 있고, 때문에 인물본위냐 정당본위냐 하는 논쟁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정당 대결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 후보를 선택하는데 소속정당보다는 인물을 중시하는 것이 올바른 사고방법일 것이다.
모두가 현명한 판단을 가지고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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