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나치 배상 문제로 골치|【베를린=엄효현 통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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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서독 기본 조약의 성립으로 동독 승인 국가들이 늘어감에 따라 동독은 국제 무대 등장이라는 현실적 성과와 아울러 골치 아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몇몇 동독을 승인한 서방 국가들은 「나치」 범죄에 대한 동독 측의 배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미 「핀란드」가 공식적으로 「나치」 독일군 점령시에 있었던 파괴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의 일부 의장은 『동독이 「유대」인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지 않으면 「유엔」 가입 등 갖가지 국제적 진출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는 등 거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반「나치」항쟁자들이 개별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과거 동독 지역 안에서 「나치스」에 의해 징발, 몰수당했던 사유 재산과 상사들 재산의 보상을 요구할 기세.
실상 미국과 동독 사이의 수교 교섭이 여러 달 걸릴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데 이의 이유중의 하나가 「유대」계 미국인의 배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골치 아픈 것은 「이스라엘」의 태도이다.
「이스라엘」측은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이미 서독·「이스라엘」의 이상 협정으로 8억3천4백만 「달러」가 지불된 예에 비추어 그 절반인 4억1천7백만 「달러」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독은 「나치」의 후계자가 아니며 서독·「이스라엘」의 배상 협정은 자본주의국가끼리의 거래일 뿐이며 「이스라엘」이 전체 「유대」인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히틀러」 시대의 「유대」인 박해가 현 동독령을 포함한 전 독일 영토에서 자행되었으며 이미 소련에 대해 1953년까지 「나치」 범죄에 대한 배상조로 1백30억 「달러」가 량 갚은 전례가 있어 동독의 발뺌은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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