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병영 행복한 군대] "개관 2주만에 4권 읽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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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요즘 경기도 안산경찰서의 전.의경 내무반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달 13일 본지와 '진중도서관 건립 국민운동'이 함께 경찰서 내 도서관을 마련해 운영을 시작한 뒤 일과시간 후 책을 손에 잡고 있는 장병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서관에 대한 장병들의 '체감 호응도'는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김지수(23)수경은 "도서관이 개관한 지 2주일 만에 책 네 권을 독파했다"고 자랑했다.

金수경이 읽은 책에는 소설 '독일인의 사랑' '봉순이 언니' 등이 포함돼 있다. 金수경은 "도서관 마련으로 읽고 싶은 책이 갑자기 많아지자 평소 독서에 관심없던 병사들도 책을 손에 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도서관 효과'를 전했다.

4월 초 제대를 앞둔 오윤석(21) 수경은 "기증받은 책들이 훌륭해 저절로 손이 간다. 베스트 셀러부터 시작해 문학.컴퓨터 잡지 등 다양하다"며 국민운동이 기증한 도서관 장서에 대해 만족해 했다.

안산경찰서 내 도서관 개관은 진중문고 건립 국민운동의 활동 영역이 일선 경찰서까지 확산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실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전.의경은 '군인 같지 않은 군인'이라는 오해 속에 군 장병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 민간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안산경찰서 도서관 개관일은 경찰서 식구들 모두에게 잊지못할 축제 같은 날이었다. 개관식에는 장만기 진중도서관 건립 국민운동 공동대표와 손청완 안산경찰서장, 안산경찰서 도서관 마련에 힘을 보탠 지역모임 'N세대 병영만들기' 회원 등 수백명의 관계자들이 참가해 성황이었다.

도서관의 이름은 APM 도서관으로 하기로 어렵지 않게 합의했다. APM은 '성취'를 뜻하는 '어컴플리시먼트(Accomplishment)'의 약자로 구타가 근절되지 않는 병영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지역 모임 'N세대 병영 만들기'와 함께 안산경찰서가 진작부터 해오고 있는 구타 근절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경찰서 3층에 기존 PC방.내무반을 개조해 만든 30여평 도서관은 보기에도 시원하다. 국민운동이 지원한 도서 3천1백권에 'N세대 병영만들기', 안산 시내 최대 서점인 '상록문고'가 기증한 책 등을 합친 4천여권은 서가 4개를 빽빽이 채우고도 남는다. 안산서 전.의경 3백20여명에게는 차고 넘치는 분량이다. 도서관 한편에는 20여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열람석도 마련돼 있다.

손서장은 "삼엄한 철책이 아닌 후방의 도심 한복판에서 근무하는 탓에 전.의경의 근무 환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의경들의 군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안산서는 이동식 카트를 이용해 경찰관은 물론 경찰서를 방문한 민원인, 구치소 내 수감자들에게까지 독서 기회를 줄 방침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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