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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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마다 입시라고 하는 「백마고지」탈환 작전이끝나고 보면, 으례 희생자의 수가 전승하여 그꼭대기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사람의 수보다 엄청나게 많은 법이라, 그래서 입시의 계절은 인생고의 가지수가 늘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낙방한 학생을 동경하지도 않고 두둔하지도 않는다. 머리가 아파서 수학문제를 풀지 못했던, 배탈이 나서 국어시험을 잡쳤건 다 제잘못이요, 제 팔자소관이지 결코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한마디의 위로의말이 없지는 않다. 떨어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말이 오히려 귀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 참고들어보기를 바란다. 찬 비에 젖은 대지의 품속에서 새생명이 봄을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확신만 있다면 내말이 조금은 도움이 될것이다.
요새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준비때문에 있는 강습소나 다름없이 되었으니 말할나위도 없지만, 소위 대학이라는데도 이미 교육율 포기한지 오래다. 부모의 허영이나 착각때문에 기를쓰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려고 그고생을 하지만 이제는 좋은 학교도 없고 나쁜학교도 없다. 학교는 있어도 교육은 없는터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수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최대한 자유를누리고 사람과 사람이 피차에 아끼고 도우면서 살게되는것이 엄연한 역사의 방향이라고 나는믿는데 오늘날의 학교는 이웃을위한 희생·봉사와는 정반대되는 출세의 비결만을 가르치고 있다. 출세란 결국 남을누르고 짓밟고 나만은 높이 오르고 호강을 해야겠다는 원시적 욕망의 위장에 불과하니 극단으로 말하면 약육강식을 권장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게 무슨 교육인가? 인류전체의 행복에는 오히려 방해가된다.
도덕적 측면에서 볼 때 이나라의 교육은 해마다 질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이제는 양심도 없고 정직하고자 하는 노력도없다. 어쩌면 학원이 이나라의 모든 구악과 신악의 온상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타락한 학교교육은 필요 없다는 분노의 부른짖음이 필경 민중의입에서 멀지 않아 쏟아져 나올 것이고 대학에서 가르쳐온 나도 이력서를 써들고 백화점이나 관광공사로 뛰어 가거나 아니면 강원도 산골로 감자농사하러 떠날 날도 멀지 않았을것같다.
참된 교육을할 아무런 의욕도 없고 각오도 없는 소위 학교라는 텅 빈건물에, 입장이 거부되었다고 서러워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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