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약국 약값은 '부르는 게 값'

미주중앙

입력

최근 일교차가 심한 날씨로 인해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현금으로 구입하는 감기약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LA한인타운 약국을 조사한 결과 대표적인 의사 처방 독감약인 항바이러스제 아만타딘과 항생제인 아지스로마이신의 경우 최대 약 1.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운 내 약국 8군데에 물어본 결과 아만타딘(20알·제네릭)의 가격은 30달러대에서 50달러대였다. <표 참조>

6가와 버질 인근의 S약국에서는 아만타딘이 51달러였으나, 올림픽과 뉴햄프셔의 K 약국은 30달러대 초반에 판매한다고 답했다. 약 20달러 차이였다.

또, 아지스로마이신(6알·제네릭)의 가격대는 19달러에서 26달러였다. 한 약사는 "어떤 곳에서는 30달러에도 판매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약국에서 아지스로마이신이 26달러로 가장 비쌌고 4가와 버몬트 인근 V 약국은 19달러로 제일 저렴했다.

이 두 약을 동시에 구입할 경우에는 K 약국이 50달러대 초반이면 구입 가능하지만 S약국에서는 77달러가 필요하다.

반면, 윌셔와 옥스포드의 CVS에서는 아만타딘은 37.59달러,아지스로마이신은 19.99달러로 두 약을 구입하려면 57.58달러가 필요하며 6가와 버몬트의 월그린에서는 아만타딘이 37.48달러, 아지스로마이신은 20.08달러로 두 약값을 합치면 57.56달러다.
제각각인 약국 값 때문에 무보험 고객들은 혼란스럽다. 일부 고객들은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신정자(62·LA)씨는 "효능도 비슷하고 수량도 같은데 가격이 다르다면 굳이 비싼 약국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그동안 비교해 볼 수 있는 정보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꼼꼼히 따져보고 약국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김성철(55)씨도 "한인들끼리 서로 도우며 살고 싶어 미국 약국 대신 한인 약국을 다녔다. 한인들 대부분이 한인 약국에 더 애착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런 한인 소비자들에게 더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길 바란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약국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약국 선택은 고객의 몫이고 구매 전 가격을 알아보는 것도 고객의 의무라는 것이다.

50대 김모씨는 "콜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지 않은가"라며 "약국 위치나 규모 등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고객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약국도 할 말은 많다.

우선, 약국마다 약을 사오는 곳과 구매가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약값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국 측은 또한 같은 제네릭이라도 약마다 효능의 차이가 있어 가격 차이로 이어지고 약국마다 마진의 기준이 다른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약국에 따라 비싼 약과 저렴한 약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약은 A 약국보다 B 약국이 비싸고 또 어떤 약은 A 약국보다 B 약국이 싸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으며 또 다른 약국 관계자는 "마진 남기려면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약값 논란에 가주한인약사협회의 유창호 회장은 "실제로 약국의 약값 책정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약국은 '비싸면 다른데 가서 사라'는 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양심적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약국마다 어떤 약이 싸고 비싼지 직접 비교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기자, 오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