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되살아나는 「일색」|광복 27주…한국 속의 일본<일본어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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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로의 정규 유학생파견, 일어강습소의 양성화, 고교이상학교에서의 일어교과신설-. 덧붙여 서울시내에 일인자녀를 교육하는 일본인학교까지 생겨 일어 「붐」은 「피크」에 도달한 느낌.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인가 일어강습소는 무려 3백여 개 소에 이른다.
서울 시내에만도 2백50여 개 소. 올해 들어 60여 개 소의 무인가 강습소가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들 일어학원의 수강생은 1개 소에 10명씩 친다고 해도 3천 여명. 수강자의 대부분은 대학생을 비롯, 일본취업 「붐」에 편승한 접대부 등 각양각색.
지난 6일 해방 후 처음으로 문교부는 서울의 12개 소 등 전국적으로 15개 소의 일어강습소를 인가했다. 단속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릇된 교육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 때문-.
서울의 경우 교재는 9개 학원이 외대 일어 과 사용교재를, 3개 학원은 자체적으로 만든 6개월 「코스」의 교재를 쓰고있다.
가장 으뜸의 수강생은 역시 대학생. 일본유학 희망생이나 참고서적을 읽기 위한 목적이란다. 다음은 직장인·기술자·관광 관계업소 종사자 등.
일본어는 이제 일상용어상에도 거리낌없이 쓰는 외국어가 된 것. 한·일 국교정상화 무렵 해선 일본말을 잘 안다해도 주위의 눈치를 꺼리며 소근댔으나 지금은 서투른 일어를 남에게 뒤질세라 한마디씩 하는 풍조가 생겼다.
한때 다방 안에서조차 들렸던 왜색 가요는 당국의 단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술집의 안방에선 일본노래를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만큼 예사로 성행된다.
음식점 여급에서 「호텔」앞의 구두닦이에 이르기까지도 『이랏샤이』 『20엥데스』등 일본말을 곧잘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일인관광객의 급증 등으로 「비어·홀」이나 고급사교장의 여급들은 일어회화를 어느 정도 해야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상술에 적용되기도 했다.
지난 1월 문교부가 지금까지 비정규 유학생만을 보내오던 일본에 정규유학생을 보내기로 하고 시험과목에 일어를 추가했다. 또 내년도부터 일어를 제2외국어과목에 포함시켜 고교이상 교육기관에서 교육키로 한 학교는 전국 9백42개 고교에서 무려 43%인 4백5개교가 일어교과 신설을 희망했다.
올해 들어 지난5월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 「빌딩」에는 일본인학교까지 생겼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외국인학교 등에 다닌 일본인 어린이들이 그네들의 고국에서와 똑같은 교육을 받게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본인학교가 당국의 인가를 얻어 버젓이 간판을 달고 개교했으나 화제이상의 사태가 없었던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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