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과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 프랑스가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의 유엔 안보리 수정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일생일대의 정치적 도박에 나섰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주말 "무력 사용을 자동승인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거부권 행사"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가 실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일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많은 미군 측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시라크는 프랑스 탓에 최적의 전쟁 시기를 놓쳤다는 책임을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반감은 그 때의 분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결국 프랑스의 의도는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인다. 거부권 불사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일수록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내 반전 여론이 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에 결의안이 결코 통과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줌으로써 '안심하고 반대표를 던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중국.독일과 함께 반전 진영에 선 프랑스가 바라는 최상의 결과는 2개국만 더 반전 진영에 끌어들여 거부권 행사 없이도 결의안 통과를 막는 것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