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사고 「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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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괴성을 지르며 맹수처럼 달려드는 「버스」, 발꿈치에 스칠 듯이 안절부절못하는 일단정지. 그나마 횡단을 하고 나면 뜨겁고 검은 매연을 뿜어 이번엔 불쾌감 마저 일게 한다.
「버스」를 타도 마찬가지이다. 내던져 지듯 올라타면 미처 발붙일 겨를도 없이 왈칵 떠나 버린다. 그러고 나서도 마음은 놓이지 않는다. 「버스」는 좌충우돌로 달려간다. 이건 쫓겨 도망가는 차이지 승객을 『모시는』차는 아니다. 실로 『모신다』는 감각을 가진 「버스」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5백30건, 5백12건, 4백87건, 4백6건…. 이것은 바로 지난 3개월 동안(4월1일∼6월30일) 서울시내에 노선을 가진 유명회사 「버스」들의 사고건수. 그 빈도수의 다과는 「버스」수에 비례한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한 노선 상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보면 놀라운 숫자이다. 여는 노선의 경우 한달 평균이 1백80건, 하루 평균 6건. 적어도 하루에 「버스」를 2회이상 타야하는 시민들에겐 여간한 위험률이 아니다.
어느 좌석버스는 2대에 한건씩의 사고를 빚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경우 「버스」사고는「남의 경험」이 아니고, 바로 「나의 경험」처럼 실감된다.
경찰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외 각종 「버스」중 그 50%는 노후차로 규정되고 있다. 그들은 언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스스로 짊어지고 있다. 그런 「버스」들에 매달려 일상을 보내고 있는 시민의 처지는 실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나마 개선의 기미는 더욱 어둡다. 영세기업에 불합리한 운영방식은 오히려 악순환을 조장할 뿐이다. 그렇다고 공해「버스」가 합리적인 운영에 의존해 있는 것도 아니다. 변두리 노선을 달리고 있는 시영「버스」를 보면 더 한심한 지경이다. 노후는 물론이며, 불결하기가 말할 수 없다. 더욱 친절한 안내를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서울의 교통 대중수단들은 어느것 하나 흡족한 경우가 없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문제는 공익성을 저버린대 있다. 당국은 공익사업에 대한 상당한 격려 조처가 있어야할 것이다. 과중한 과세의 부담을 덜어주고 유류공급에의 혜택도 보다 좋은 조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대중교통수단의 업자들을 엄격히 선별할 필요도 절실하다. 그것은 공익을 부담한 영업인 만큼, 업자의 도덕적인 수준도 높아야 마땅하다.
그런 정황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덜 초조하고, 여유 있는 「버스」를 운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습사고 회사의 행정처분도 그런 선에서 이루어질 때 실효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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