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비 모금 실적 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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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부 김모(38·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씨는 올해 적십자회비를 냈느냐는 질문에 “안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반장들이 적십자회비를 내 달라고 졸랐으나 올해는 이들의 독촉이 없는 걸 보니 낼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 ”고 반문했다.

올해 자율납부제가 도입되면서 적십자회비 모금 실적이 저조해졌다.

9일 대한적십자 전북지사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적십자회비 (가구당 시는 4천원,군은 3천원) 모금운동을 벌였으나 목표액 17억1천1백만원의 76%인 13억여원에 그쳤다.

이 같은 모금률은 적십자회비 모금이 시작된 1953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14억5천만원)보다도 9%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적십자 전북지사는 모금 기간을 다음달 말까지 연장했다.

이처럼 적십자회비 모금 실적이 저조해진 것은 도내 시·군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통·반장들이 회비를 걷는 식으로 해온 모금 대행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의하는 등 행정지원이 끊긴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통·반장들이 납부고지서 배부는 물론 회비 납부를 독려하지 않자 대부분의 시민 사이에선 적십자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송창진 회장은 “현 추세대로라면 재난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적십자 모금액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각종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모금운동에 행정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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