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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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처녀 적엔 물빛을 좋아하고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찾아 풀섶을 헤매었을까?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먼지를 덮어 쓴 거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다.
항상 피로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는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손질 안한 머리는 누렇고 파스락해서 가을빛이고, 얼굴은 마르고 햇볕에 그을어 기미가 숙명적인 양 끼어 있다.
연년생으로 올망졸망한 아이들 때문에 가슴의 단추 두어 개는 항상 끼워지지 않은 채고.
목이 뜨끔거릴 정도로 굳어 버린 식은 밥덩이로 점심을 때울지라도 해가 완전히 져서야 돌아온다. 도깨비 눈알 같은 비가 올 때면 황톳물을 질척이면서 발길을 집으로 서두른다.
이게 뭐 해먹을 짓이냐면서 한숨을 쉬는 농촌 여성들.
눌러쓴 수건의 그늘 밑에선 20대도 30대도 모두가 중년인 것이다.
그 옛날 좋아했던 꽃이 파리가 난무하는 계절이 와도 다람쥐처럼 빨리 밭으로만 간다. 지금은 물색보다도 때가 잘 안타는 짙은 색이 수수해서 모두들 좋단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이렇게 짙은데 이유야 어떻든 자신을 그렇게 간수한 것은 스스로의 책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일하는 모습은 정말 밝다.
농촌 여성이라고 이쁘다 소리를 듣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5분쯤은 그런데도 신경을 써 보려고 하지만 어려운 문제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일하는 농촌은 얼마나 더 생동적일텐데….
권태와 짜증 속에서 갑자기 늙어 버린 추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이옥남(경북 영양군석 보면주 남동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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