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해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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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종 해충으로 인한 산림피해가 대단하다고 한다. 지난겨울의 이상고온으로 송충이 솔잎혹파리·나방·오 배자 등 해충이 예년보다 일찍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여 지난5월말 현재로 피해면적이 40만 정보에 달했다는 것이다.
국토녹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모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조림정책을 세워 푸른 등산의 꿈을 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 이 같은 산림의 피해상황은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산림청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련한 방제계획으로써「커버」할 수 있는 것은 피해면적의 고작 10%에 불과할 뿐, 예산과 인력 둥의 부족으로 그나마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말라죽었거나 그럴 위험이 많은 산림에 대해서 벌채허가를 해주어 해충이 변지는 것을 막도록 하는 것이 고작 당면해서 할 수 있는 대책인 듯 하다.
이것은 성한 나무나마 살리기 위해서 이제까지 규제해온 엄격한 벌채허가조건들을 크게 완화한 것으로 이를테면 발등에 불은 불씨를 급히 끄기 위한 응급대책으로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겠으나, 그 부작용으로 산림경영의 암적 고질인 도·남벌의 폐해가 되살아 날 소지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크다.
알려진 바로는 이미 전북 무주에선 해충피해를 보고있는 보안풍치 림 의 벌채허가를 둘러싸고, 지방당국과 산림청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났으며, 각 시-도에 따라 이에 대한 방침도 일정치 않다고 하니, 벌채허가를 포함해서 정부당국의 해충방제대책 전반이 매우 허술함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산림청 당국으로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종합방제대책을 세워 이를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함은 물론, 내무부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벌채사무에 대한 기준과 한계를 명시하고, 그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지정하는 바는 실상 벌채에 따르기 쉬운 부작용 자체보다도 그로 말미암아 오랜 신고와 정성을 쏟아 가꾸어온 산림보호의 풍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해충피해상황과 이에 맞서는 당국의 자세를 볼 때 방제계획이란 기본적으로 재해에 대한 예방대책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은 인상을 받는다.
자연조건의 변동으로 예상될 농작물에의 영향이나, 산림의 피해 같은 일에 대해서는 미리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빈틈없이 방 재 예방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이 상식일 것이며 이점, 작년의 이상난동이 해충창궐의 주인이라면 방제대상 면적이 형편없이 좁다는 것도 잘 납득이 안갈 노릇이다.
현재 산림행정에 주어진 여건은 결코 넉넉한 것이 못된다. 예산의 제약·인력부족·자재난 등 갖가지 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는 산림정책의 위치가 다른 경제개발부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다는데 그 취약성의 근원이 있다.
아무리 온 국민이 정성을 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며, 또 영 림의 기업화를 밀고 나간다 하더라도 해충이나 그밖에 천연재해에 속수무책이라면 그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푸른 동산의 꿈이란 한갓 환상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올 산림의 해충방제에 총력을 기울임과 아울러 산림정책강화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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