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이성교제 지도-대한 어머니회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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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린 시절에는 부모를 통해서만 사랑을 찾던 자녀들은 성장해감에 따라 부모의 애정에서 떠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이성에의 관심이 특정인을 향해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 자녀들의 이성교제가 시작되는데 이때 부모, 특히 어머니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옳은지 직접 부딪쳐보면 어떤 어머니든 당황하기 마련이다. 대한 어머니회는 지난 6일 하오2시 청소년회관 소 강당에서 『이성교제에 있어서의 부모들의 바람직한 지도』라는 주제로 한승호 교수(국제대) 구임회씨(의학박사) 이정호씨(청소년회관 상담실장)의 발제와 40여 명의 어머니, 20여 명의 자녀(고교·대학생)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을 가졌다.
먼저 발제강연에서 한승호 교수는 『자녀들이 이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갑작스런 신체적 변화와 함께 자아를 의식하게되어 성적으로 성숙한 증거』라고 설명하면서 부모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민감한 사춘기 자녀들에게 사랑을 쏟기만 하는 원시적 사랑을 벗어나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느낌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나 어린이를 다루듯 하는 사랑의 표현은 자녀로 하여금 가정에만 의존하고 독립할 기회를 잃게 하여 이성교제에 실패하는 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통해 여성관을, 딸은 아버지를 통해 남성관을 확립할 만큼 가정에서의 부모의 사랑과 지도가 자녀의 이성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정호씨는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바람직한 태도는 한 걸음 물러나 곁에서 보살피며 그들이 원할 때에 좋은 상담역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제과점이나 극장 뒷골목을 찾아 은밀히 행해지고 있는 이성교제를 서구사회의 가정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건전하게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이정호씨가 제안한 다음과 같은 방안에 따라 연세대·이대·배재고·이화여고에 재학중인 자녀대표와 어머니가 함께 토의를 했다.
먼저 이성에 대한 감정을 부모에게 의논해야 한다는 제의에 대한 한 여고생대표는 『아직 우리네 가정이 자녀가 부모에게 심증을 털어놓을 만큼 개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밤늦게 귀가하는 아버지와는 물론,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할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고 그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더구나 요즘은 온 식구가 모여있는 경우라도 「텔리비젼」을 보느라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또한 「이성교제는 결혼까지 연장된다」고 하는 보수적인 관념을 가진 부모들은 일단 이성에 대해 부모에게 상의를 해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다음은 이성교제로 학업에 지장이 되는 경우를 들었다. 현실적으로 『고교입시와 대학입시가 남아있는 한 시험준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문제일 것』이라고 토로한 한 남학생의 말처럼 부모가 가장 근심하는 것이 시험준비가 소홀해지지 않나 하는 문제다.
아버지를 대표한 이근우씨(전 교사)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국민학교 때부터 자연스러운 이성과의 접촉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남녀어린이의 구별 없이 「클럽」활동을 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음성적인 교제에서 양성적인 교제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성교제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는 이 문제는 『이성교제를 할 때 두 사람만이 아닌 여러 사람이 참가하는 놀이를 개발하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어머니 대표 강주심 대한어머니회 부회장은 말했다.
끝으로 「이성교제에 부모도 함께 참가하도록 할 것」이라는 제의에 대해서 부모는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자녀를 억압하려 하지 말고 상대편 부모와 연락을 취하며 가능한 한 집으로 초대한다든가, 함께 들놀이를 가는 등 건전하게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자녀들의 주장이었다.
이밖에 부모의 입장에서 「외출지와 시간을 밝힐 것」, 「야간외출은 하지 말 것」 등의 부탁이 있었는데 이성교제를 하는 자녀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신뢰와 이해가 가장 바람직한 태도임을 서로 확인하였다. <박금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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