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바리스타 꿈’ 이곳에서 이루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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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하인츠 온양온천역점 설립에 기여한 우혜령·서미복·이선자(왼쪽부터) 지역아동센터장이 카운터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 학교공부는 뒷전인 정현우(16·가명)군. 키움지역아동센터(아산 배방 소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정군에게 최근 들어 꿈이 새로 생겼다. 바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다. 정군은 관내 지역아동센터 3곳에서 저소득 아이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마련한 ‘꿈 찾기 강좌’에서 바리스타 수업에 참여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우선 이달 23일에 실시될 예정인 바리스타 이론 시험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정군에게는 최근 기분 좋은 소식이 또 하나 생겼다. 이론과 실기 시험에 합격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격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가 한 곳 생긴 것. 온양온천역에 청소년 바리스타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카페하인츠’다.

이곳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청소년들에게 실전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15일 마련된 ‘꿈의 장소’다. 정군은 이곳에서 정식으로 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바리스타 준비를 하고 있다.

 서미복 키움지역아동센터장은 “예전에 현우에게 꿈을 물어봤을 때는 ‘노숙자’라고 말할 정도로 꿈이 없었던 아이였다”며 “커피 만드는 교육을 받고 일할 장소도 생기니 대학에도 진학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낼 만큼 생각이 바뀌었다”고 칭찬했다.

# 아산 방축동에 사는 강윤희(15·가명)양. 강양의 꿈은 예전부터 ‘바리스타’였다. TV 속에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진 오빠·언니를 보고 막연히 꿈을 키웠다고 한다. 가정형편상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어 아쉬워하던 강양은 정군과 마찬가지로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바리스타 강좌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도 일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다. 일반 카페의 경우 시간 조율도 힘들고 중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채용을 해주는 곳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강양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청소년들의 진로를 위해 문을 연 카페하인츠 때문이다. 자격증만 따면 카페하인츠에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고 실전 감각도 키울 수 있다는 희망에 강양은 들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선자 방축동지역아동센터장은 “윤희가 처음 바리스타 강좌를 들을 당시 TV에서 보는 멋진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 했었다”며 “하지만 교육을 받으며 직접 커피를 만들다 보니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카페하인츠가 문을 열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 내 문을 연 ‘카페하인츠’가 화제다. 이곳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청소년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카페하인츠는 평소 바리스타를 꿈꾸는 지역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주고 실습까지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방축지역아동센터(센터장 이선자), 키움지역아동센터(센터장 서미복), 연화지역아동센터(센터장 우혜령) 등 아산 관내 지역아동센터 세 곳의 센터장이 협심해 만들어졌다.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바리스타 강좌를 수강하는 아이들 중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이곳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카페에서 마련되는 수익금은 모두 지역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쓰이게 될 예정이다.

이선자 센터장은 “단순히 아이들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된 곳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는 질 좋은 차를 선사하고 이곳에서 나는 수익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설립된 곳”이라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도움의 손길로 만들어진 ‘카페하인츠’

온양온천역 광장 내 마련된 ‘카페하인츠’가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갈 수 있기까지는 지역 내 여러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축·키움·연화 지역아동센터장들은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현장 실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수 개월 전부터 고민해왔다.

그 과정에서 현장실습과 더불어 수익을 창출해 더 많은 아이들의 진로교육 기반을 마련하고자 ‘아산 나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카페를 차리기로 계획했다. 우혜령 센터장은 “바리스타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목표의식을 행여나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이들의 꿈을 확실하게 실현시켜주고 다지기 위해서는 ‘실제 카페’라는 장소가 절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교육 받고 있는 장소가 천안에 위치한 카페하인츠 본점이었기 때문에 진재천 (카페하인츠)대표와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며 “아이들을 위한 커피숍을 차리기 위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기꺼이 돕겠다고 자처해 일이 수월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산 나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돕겠다고 나선 진 대표는 가맹비용을 일체 받지 않았고카페 내부 인테리어를 일부 자재비용만 받고 손수 꾸며줬다. 또한 경영 노하우를 비롯해 아이들의 실습에 필요한 장비도 일부분 지원해줬다.

진 대표는 “카페하인츠는 천안에 처음 오픈해 중부권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기업”이라고 소개한 뒤 “지역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일정금액을 기부해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기부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협동조합 측에서 카페를 오픈 한다고 제시한 금액이 좀 적긴 했지만 지역 아이들을 위해 마련될 공간이고 추후 수익금 전액이 또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쓰여진다고 해서 기꺼이 동참하게 됐다”며 “앞으로 카페의 취지에 맞게 아이들에게는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주고 고객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카페하인츠의 건물주 역시 시중보다 싼 가격에 장소를 임대해 줬으며 인근의 피자헛 등의 상점에서는 연계할인권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등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아산 나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추후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고 올바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카페 2·3호 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바리스타 강좌 이외에도 제과제빵, 미술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할 방침이다.

이선자 센터장은 “앞으로 이동식 커피숍도 구상하는 등 청소년들의 꿈을 찾는데 노력할 예정”이라며 “청소년 진로교육과 더불어 학부모들에 대한 직업 교육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꿈 찾기 프로젝트’는 지역 내 기업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공모를 통해 그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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