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이란 대사관 연쇄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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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목표로 한두 차례의 차량 폭탄테러로 이란 외교관 1명을 포함해 최소 23명이 숨지고 146명 이상이 다쳤다. 이웃 국가 시리아에서 발생한 내전의 여파로 레바논에서도 심각한 종파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폭탄 공격으로 전소된 차량과 파손된 건물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루트 AP=뉴시스]

1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주재하는 이란 대사관을 겨냥한 폭탄 테러 공격이 일어나 대사관 직원 1명이 숨지는 등 최소 23명이 사망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레바논 내 연계 조직 ‘압둘라 아잠 여단’이 이란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들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폭탄 공격이 이날 오전 이뤄졌으며 자살 폭탄 테러와 차량 폭탄 공격이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레바논 언론들은 대사관 정문과 근처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몇 분 간격으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가잔파르 로크나바디 이란 대사는 “폭발로 부상을 입은 문화 담당관 셰이크 이브라힘 안사리가 숨졌다”고 밝혔다. 알리 하산 칼리 레바논 건강부 장관은 이 폭발로 인해 최소 146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보안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안 카메라에 한 남성이 대사관저 외벽을 향해 돌진하면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잡혔다”며 “곧이어 두 건물 옆에 세워져 있던 차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자살 폭탄범이 오토바이를 몰고 정문 쪽으로 돌진했다. 차량 폭발 역시 자살 폭탄 공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거리에 그을린 시신들이 즐비했고, 근처 보도에 심어진 가로수까지 불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압둘라 아잠 여단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작전은 레바논 수니파 영웅 두 명이 순교한 것”이라며 “이란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 소속 정부군과 수니파가 대부분인 반정부세력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정부군 편에서 싸우고 있다. 또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아랍 국가들이 시민군을 지원하며 종파 갈등은 지역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시리아 시민군 상당수는 알카에다의 이라크 연계조직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은 난민까지 대거 유입되며 종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만 두 종파 사이에 보복성 공격이 잇따르며 66명이 사망했다. 베이루트 남부 지역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이자 시아파 무슬림 집단 거주지로, 최근에도 여러 차례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이번에 테러가 일어난 이란 대사관도 베이루트 남부 자나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이란을 직접 목표로 삼은 것이라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알카에다 조직이 이란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테러에 나섰다면, 국제사회의 중재로 추진되고 있는 시리아 평화 협상이나 이란 핵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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