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나란히 형설의 영광|사법고시 사상 처음…박장우씨와 최연소 홍우 형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난과 불구를 딛고선 형제가 나란히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장한 어머니」는 「장한 아들형제」를 둔 것.
16일 발표된 제14회 사법고시합격자 발표에서 형 박장우씨(22)는 소아마비가 된 불구의 몸으로 합격했고 동생 박홍우군(19)은 가장 어린 나이로 영광을 차지해 사법고시사상 형제합격의 선례를 남겼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129의140 다닥다닥 붙은 판자촌. 가난을 극복한 형제는 오직 고시합격이라는 무서운 결심 아래 모든 고생을 감수했다.
장우씨는 두 살 때 소아마비가 되어 걸음걸이조차 부자유스러운데 경기도 파주군 임진면 문산리 고향에서 국민학교를 나와 서울 용산 중 2학년 때 검정고시에 합격, 용산 고교에 진학 고교를 졸업, 66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여 고시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3학년 때 처음으로 응시하여 떨어진 후 잇달아 네 번 고배를 마셨고 이번 5번째의 도전에서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첫 번 응시에서 거뜬히 합격한 동생 홍우군은 경기 중 입시에 실패하자 검정고시를 치러 경기 고에 진학, 졸업하고 지난 70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여 형과 함께 시험준비를 했다.
두 평 남짓한 이들의 판잣집 단간 방에서는 본격적인 준비를 할 수 없어서 학교도서관에서 기거하다시피 하여 오직 책에 묻혀 만2년을 보냈다.
이들 형제가 영광을 차지한 뒤에는 아버지 박찬욱씨(48)와 어머니 황을연씨(48)의 뼈를 깎는 고생과 보살핌이 있었다. 어머니 황씨는 국민교에서 대학까지 14년 동안 눈비를 가리지 않고 불구아들의 등교 길을 돌봐주었고 진학을 위해 시골집을 팔아 상경하여 학교부근에 판잣집을 마련하여 살만큼 자식교육에 모든 정열을 쏟았다.
박 군의 아버지 박찬욱씨도 20년 동안 근속한 국민학교 교사를 5년 전에 그만두고 아들을 위해 서울로와 지금 사는 동숭동에 「블록」으로 엮은 집을 퇴직금 중 24만원에 사고 손수 청계천 헌 책방을 드나들면서 아들이 공부할 책을 사다주었다.
책장수들도 법률관계 참고서적을 찾아다니는 박씨가 책 중간상인 줄만 알았다는 것.
퇴직 후에는 퇴직금 90만원 중 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 근근 생활하고 학비는 장학금 등으로 충당했다.
어머니 황씨는 평생 분 한번 발라보지 못했다면서 나이보다 더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함박같이 웃으면서 생애최고의 날에 감사했다.
황씨는 불구아들을 돌본 모정으로 아들이 졸업하던 지난70년 서울대 법대 이한기 학장으로부터 장한 어머니로 표창까지 받았다. 판자촌 이웃들과 친구들의 축하 속에 싸인 장우씨는 변호사가 되어 불우한 사람을 돕겠다고 했고 홍우 군은 사회정의를 위해 판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