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장은 '김한길 대표 귀하' 팩스 한 장 … 좌석배치 묻자 "확정 안 돼 밝힐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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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일 열렸던 한국·러시아 정상 오찬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불참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의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실 인사에 따르면 민주당에 오찬 참석을 알린 것은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였다. 외교부는 지난 8일 국회 본청의 민주당 대표실로 두 장짜리 팩스를 보내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오찬을 다음과 같이 갖고자 하오니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박근혜’로 적혔는데 발신인은 ‘외교부 의전행사담당관실’이고 수신인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 귀하’였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한·러 정상 오찬 참석을 요청하는 ‘팩스 초청장’으로, 나머지 한 장은 ‘참석 신청서’였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14일 “수백 장의 팩스 뭉치에 섞여 있던 이 종이를 보고 놀라서 여기에 적혀 있던 번호(외교부)로 전화를 걸어 ‘어떤 행사인가, 김 대표는 무슨 자격으로 참석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러 의원친선협회장 자격인데 청와대와 협의해 정확히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전화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빈 행사이니 외교부에서 관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제1야당 대표라면 적어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짧게라도 취지를 설명하는 모양새는 취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화건 뭐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표현은 ‘귀하’였지만 그 방식은 ‘우리는 알렸다’는 알리바이 만들기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에 ‘좌석 배치’를 묻자 ‘참석자가 확정되지 않아 좌석도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도 “청와대 행사인데 정무수석실이 아닌 다른 쪽에서 연락해 오고 그마저도 좌석이 어딘지도 얘기해줄 수 없다는데 야당 대표가 자리도 모르고 참석하는 게 가능하겠나”라며 “처음부터 참석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 간의 3자회담 후 청와대와 야당의 물밑 대화는 끊긴 상태다. 대화 채널 단절이 청와대와 민주당의 대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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