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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입시 이대로 좋은가-쉬운 문제가 던진 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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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학교무시험진학제 실시이래 처음 실시된 고교입시가 모두 끝나 지원·시험·합격자 발표 등 시행과정을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교부는 교육계·학계인사 및 실무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입시제도연구협의회로 하여금 제도개선의 방향을 연구케 하여 이 협의회는 단기적으로 ①학교장의 내신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문제 ②중학3학년 2학기에 학력측정고사를 실시, 내신성적표를 작성하는 문제 ③출제방식 및 문제출제, 과목별배점을 연구 개선하는 입시관리전문기구 설치문제 등 세 가지 방향을, 장기적으로는 학군제를 실시하는 방향을 제시한바 있다. 문교부는 이를 토대로 공청회·교육정책심의회 등을 거쳐 오는 3월말까지 내년도 고교입시제도의 개선 안을 확정, 발표한다는 「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교육전문가들도 올해 입시에서의 배점·출제 난이도 등에 다소의 보완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입시에 나타난 문제점과 당국에 의해 추진되고있는 개선방향의 진단, 각계의견 등을 종합해본다. <이돈형·이원달기자>
현재까지 문교부는 내년도에는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으나 부분적으로 수경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만 지나치게 쉬운 출제로 인한 만점·동점사태를 막기 위한 문제의 수준을 높이는 출제기술상의 문제, 올해에 수정 실시된 소아마비 등 신체부자유아에 대한 체능배점 기준의 마련 등 배점상의 문제가 보완의 주된 내용이라고 관계당국자는 밝히고 있다.
채택여부로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내신제의 반영문제인데 일부에서는 학교 밖의 과외수업과 수험준비교육을 막기 위한 학교장 내신제, 또는 객관적인 내신자료를 얻기 위한 국가 또는 시·도 단위의 학력측정고사를 통한 내신 성적반영 등을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에서는 학교장 내신제가 채택될 경우 서울과 지방, 도심지와 변두리간의 학교 차가 남아있는 데다 교장과 교사가 모두 인격자가 아닌 이상 정실에 흐르기 쉬워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있다고 내신제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또는 시·도 단위의 학력측정고사는 또 하나의 입시로 수험생들에게 2중 입시 부담을 주는 셈이라고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내신성적을 동점자 처리규정으로만 사용한다면 환영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교입시에서 학군제를 채택하자는 주장은 과열된 입시경쟁을 막고 지방학생의 도시집중현상을 막는다는 이점이 있어 중학교와 같은 지역별 학군제, 인문·실업 등 계열별 학군제, 공립·사립별 학군제, 시·도 단위의 광역학군제 등 여러가지 주장이 있으나 고교에서의 학력·학교 차를 주장하고 자유경쟁을 찬성하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학부모들이 시기상조라고 이를 반대하고있어 실시에는 애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학군제에 앞서 서울전입을 막기 위해 시·도 단위의 광역학군제 채택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문교당국은 올해 고교입시결과 과거와 달리 합격 차가 많이 줄어든 것을 놓고 중학평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증거로 자위하고 있으며 과열된 과외수업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도 상당수에 이르고있다.
전기고교입시의 경우 도심지·변두리·기설교·신설교 간에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일류고교에 비슷한 합격자를 낸 것으로 평준화운운 하지만 아직도 시설과 교원의 차가 두드러지고 도심지학교와 변두리학교, 사림명문과 신설교 간에 많은 차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어서 평준화의 길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출제된 문제의 경우 평준화 된 것을 돋보이기 위한 뜻에서인지 너무 쉬운 문제가 많아 공부한 학생과 공부하지 않은 학생간의 점수 차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있는데 예를 들어 외국어의 경우 예시 문을 읽지 않아도 주어진 문제만으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
경기고의 경우 1번 문제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는 예시문과 전혀 관련이 되지 않은 것인데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도 넉넉히 풀 수 있는 것이었다.
국어에서 만점이 3분의1, 나머지 3분의1이 30점 만점에 28∼29점이라는 것은 재고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경기여고 수학문제 가운데 「25의 제곱근을 구하는 문제나 경기고 미술1번 『가장 안정감이 있는 것은?』등은 너무 쉬운 문제라는 평이다.
이같은 쉬운 문제의 출제로 동점사태가 빚어져 「커틀라인」에 걸린 동점자중 합격하고 혹은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일이 일어난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이 전문적인 분야의 특출한 인간을 배양하는 것이 아닌 만큼 새로운 문제점을 제시하고있다.
후기고교의 경우 전기고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소 어려운 문제를 낸 결과 「커트라인」의 동점이 전기보다 훨씬 줄었고 「커틀라인」도 다소 낮아졌다는 당국자의 말은 앞으로의 고교입시출제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과학의 경우 전기고교출제는 볼록렌즈를 통한 빛의 영상의 크기를 물었으나 후기고교출제는 볼록렌즈가 어떤 자리로 이동했을 때 빛을 통한 영상의 크기를 묻는 등 다소 복잡한 문제를 냈다.
쉬운 출제로 지방중학출신학생들의 서울로의 상경지망 열을 높일 것으로 우려하는 이도 있다.
체능배점에 대해서는 서울의 경우 전체의 10분의1인 20점으로 책정했으나 지방에서는 약간 낮은 비율의 배점을 하는 등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고 소아마비 등 신체부자유아의 경우 만점을 주도록 입시진행과정에서 당국의 시책이 달라지는 등 문제가 됐고 쉬운 출제로 체능이 당락을 결정한데 따른 비난이 일어났다.

<설문>
①교과서 안에서의 쉬운 출제에 대한 의견과 개선 방법
②학교장 내신제에 대한 의견
③국가·시·도 단위의 학력측정고사에 대한 의견
④학군제에 대한 의견
⑤기타

<중고 교수 대학교수들의 의견>

<어려운 문제도 내야>
▲윤태림 (연세대 대학원장)
①문제를 너무 쉽게 낸 것은 체능이 당락을 좌우하므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경쟁의식을 조장하여 학문진보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어려운 문제를 가미해야한다.
②내신제는 도시-농촌의 격차가 심하므로
③학력측정고사는 경비가 많이 들므로 반대한다.
④고교 정도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지망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타도진학 금지나 학군제 채택에는 찬성이다.
⑤체능은 고교수학에 지장이 있는지의 여부만을 보아야한다.
▲박동묘(성균관대 총장·대한교련회장)
①올해 고교입시는 과열된 과외를 없애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보지만 지나치게 쉬운 출제로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 같다.
내년도에도 올해와 같이 쉬운 문제를 내되 어려운 문제를 조금 섞어 동점사태를 막아야겠다.
체능 때문만으로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다소 점수를 낮추는 것이 좋겠지만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하면 자연히 해결될 줄 안다. ②③④현재대로가 좋다.
▲용재익(숙명여대교무처장)
ⓛ문제는 쉽고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내야겠다.
②내신제는 학교마다 평가기준이 다르고 지방과 도시의 학교 차가 남아 있으므로 시기적으로 실시가 이르다고 본다.
③국가고사는 객관성 있는 평가가 된다면 가미해도 좋겠다.
④학군제에 대해서는 변두리에 사는 학생이 변두리학교에 가야 한다는 2중 불만을 낳을 것이므로 절대로 반대한다.
국민생활이 평준화되지 않은 이상 도시·지방·도심지·변두리의 격차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이 되기 쉽다.
▲홍순우(서울대대학원학생과장)
①다른 무엇보다도 5∼7만 명에 달하는 고교 낙방 자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사회적으로 시급히 해결할 문제일 것이다.
문제를 쉽게 내는 것은 과외수업 열을 식히는데 좋을지 모르나 실력을 가리기 어려워 선발고사로서의 의의를 줄인다.
②내신제는 친척·친지를 교사로 채용하는 학교가 아직도 많이 있는한 믿을 수 없다.
③수험생에 대한 2중 부담이다.
④시기상조.
⑤체능점수가 20점까지 되는 것은 난센스이며 체력 검정제를 실시해서 이에 합격하는 학생은 만점을 주어야한다.
▲이의철(서울대학생지도연구소장)
⑤교육이란 문제를 길고 넓은 안목에서 볼 때 제도적 변경은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지체부자유아에 대한 체능배점문제를 전기시험이 끝난 뒤 갑자기 변경한 것은 입시라는 개념에 의구심 마저 갖게 하는 괴이한 처사이었다.
동점자가 나지 않게 문제를 어렵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으나 그것은 부정적인 태도이며 「커틀라인」에 걸린 학생을 구제할 방도를 찾는 등 긍정적 태도로 해결할 수도 있다.
고교교육이 인격연마에 목적을 둔 만큼 동점 자는 규정을 고쳐서라도 구제해야한다.
▲장석호(계성여고 교사)
ⓛ⑤이번 시험 필답고사에서 5, 6점의 차이를 내기는 무척 어려웠으나 체능은 점수 차를 내기가 쉬웠다. 따라서 체능배점을 줄여야 한다. 또 과학과 영어과목을 제외하고는 성적 분포가 과분수 형태로 나타났다. 피라미드식으로 나오게끔 출제해야한다. 고교를 평준화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1류 고교의 늘린 학급 수를 다시 줄여 우수생이 2, 3류에도 고르게 수용되게 해야한다.
▲황철수(청량공고 교감)
①동점사태는 학교장이 학교의 성질에 따라 과목별 우선 순위를 두어 해결하는 방법이 좋다.
점수가 조금 낮다고 하여 열등이라고 하기 어렵고 동점이라고 하여 질이 같다고만 불수 없어 교장재량으로 처리하면 된다.
②내신성적이 30%정도가 되면 좋겠다.

<내신제는 시기상조>
▲전용신(고려대 교육대학원 교학부장)
ⓛ평준화를 돋보이기 위해서 인줄 몰라도 무조건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평가 면에서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이다.
②학교장 내신제는 학교별차이가 있는한 불가능하며
③국가고사는 입시를 두번 치르는 결과이므로 환영할 수 없다.
⑤지체부자유아를 체능에서 만점을 준 것은 이와는 달리 선천적으로 체능에 소질이 없는 학생 편에서 볼 때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능을 아주 없애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마광화(홍익여고교사)
①이번 고교입시문제는 2시간 공부하거나 1시간 공부하거나 점수에 차이가 없는 문제였다. 문제의 난이도도 상중하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중·고교교사들의 교육방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②내신제는 학교수업정상화를 위해 찬성하며 점수가 아닌 등수제로 해야겠다.
③수험생만 어리둥절케 할뿐이다.
⑤체능은 국민체위를 기준하여 어느 정도 도달하면 만점을 주고 미달한 것은 아주 적은 점수만을 감점해야한다.
▲전동기(서울시교위장학사)
①동점사태는 교과서안에서 출제하더라도 출제문항의 난이도를 다양하게 하고 출제내용을 포괄성 있게 하면 해결될 것이다.
②중학교의 성적 내신제가 병행되어야한다. 단 이의 실시에 앞서 치맛바람제거와 교직원의 자세확립 등 행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④고교학군제는 긴 안목으로 볼 때 실시되어야한다. 일본동경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몇개 학교를 묶는 다학교 군제가 바람직하다.
▲이종근(서울시교위장학관)
②내신제를 실시하되 내신성적을 50% 참작치 않으면 뜻이 없다. 첫해는 30%, 다음해는 40, 50%식으로 발전시켜야한다.
④고교학군제는 장차 실시되어야하나 중학교처럼 대학군제는 안된다. 2∼3개의 고교를 묶는 다학 군제가 바람직하다.
▲이석홍(용산중학교 교무주임)
①쉬운 출제는 우열을 가릴 수 없게되고 이렇게되면 중학교처럼 한 학교에 우열의 차가 심한 학생이 모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고교를 중학교처럼 평준화하되 국가 장래를 보아 엘리트교육을 위한 우수집단의 특수학교 몇 개와 탈락자 등 저능아들만 모이는 특수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방향으로 개혁했으면 좋겠다.
②성적 내신제는 치맛바람 등 잡음만 일어날 우려가 많다.
⑤배점은 정부의 진흥목표에 따라 과학 등 과목의 배점을 늘리는 식으로 조절해야한다.
▲심기성(경기고 교사)
①동점사태는 출제범위와 기술을 다양하게 하면 해결된다. 이번 채점결과 어려운 문제는 10개 이내였다.
②성적 내신제를 병행하되 지원학생의 숨은 자질과 특기·생활 면을 전형에 평가되게끔 소행성적평가제 가미해야한다.
④고교학군제는 장차 우수교 존립을 전제로 하여 검토되어야한다.
⑤배점에 있어 체능배점은 많지 않으나 학과출제를 어렵게 해야한다.
▲서용택(인창고 교장)
①출제는 난이도를 적절히 배열해야 한다.
②성적 내신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전반이 불신을 받고 있어 문제점이 있다.
④고교학군제는 결국 과열입시풍토를 없애자는데 목적이 있는데 고교부터는 「엘리트」 교육이 뒤따라야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⑤수학·영어 등은 다음 학문에 필요한 계단 과목인데 이런 과목의 배점을 높여야 한다. 또 지체 부자유학생에게 체능에 특전을 준 것은 인도적인 면에서는 좋으나 지체부자유 학생이면 합격될 수 있었을 것을 떨어진 학생이 많았다는 점에서 공평치 못하며 앞으로 근본 면에서 개선되어야한다.
▲정희경(이화여고 교장)
①문제점이 있다 해도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스터디」가 뒤따르지 않는 개혁은 반대다. 학생에게 혼란만 주기 때문이다. 동점처리는 교장에게 전부 맡겨야 된다.
④고교 학군제도 도시의 인구급변과 학교분포 면에서 볼 때 불가능하다.
또 고교부터는 학업능력에 차이를 둘 단계이기에 고교 무시험 진학 등은 해서는 안된다.
⑤배점도 올해 실시한 것을 적어도 몇년간 실시해보고 폐단이 두드러지면 고쳐야한다. 조령 모개식 개선은 반대한다.
▲최영휘(신광여고 교장)
①출제연구위원회를 두어 쉽고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내야한다.
②성적 내신제는 운영의 묘를 살린다는 전제아래 병행했으면 좋겠다.
④고교학군제는 우리사회의 신경질적인 명문의식을 없애기 위해서 장차 꼭 실시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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