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손짓…오늘 입춘|60여년래 처음으로 얼지 않은 한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5일은 입춘. 때늦게 내린 흰 눈에 온 누리가 덮인 채 봄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예년 같으면 두꺼운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이 올해에는 우리 나라 관상대 사상 기록적으로 얼지 않은 채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을 것 같다.
5일 중앙관상대에 의하면 관상대의 기록이 남아 있는 1906년이래 기록 (47년부터 55년 사이는 해방과 6·25 사변으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음)을 조사한 결과 단 한번도 한강 (제1한강교 밑 중심)이 완전히 얼지 않고 넘어간 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관상대에 의하면 한강이 가장 늦게 언 것은 1964 2월13일의 기록이 있고 지난해까지 65년간 12월에 39회, 1월 중에 14회, 11월에 3회 얼었고 나머지 8년간은 기록이 없으나 얼지 않은 해는 없었는데 올해에는 현재의 기상 전망으로 보아 거의 얼지 않은 채 봄이 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중앙관상대 양인기 박사에 의하면 지금까지 통계적으로 평균 12월21일쯤 첫 얼음이 얼었고 늦추위인 해는 1월 상순에 얼었으며 1월 하순에 언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특히 늦추위가 낀 해는 1월 중순까지는 거의 언 것이 예년 통계로 나타났는데 완전히 결빙하려면 평균 기온이 영하 7∼8도, 최저 기온이 영하 10∼12도의 날씨가 1주일 내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1월 내내 서울 지방의 최저 기온이 예년 보다 높았고 1월10일 서울 최저 기온이 관상대 기록으로 최고로 높았다는 점 (영상 5도7분·예년보다 15도나 높았다) 등의 특유한 기상 현상을 보여 앞으로 기온이 떨어진다 해도 한강이 결빙할 만큼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상대는 보고 있다.
또 늦추위가 닥쳐 지금까지 가장 늦게 결빙한 1964년2월의 기온 분포를 보아도 한강의 결빙이 시작된 13일 서울 지방 최저 기온이 영하 16도2분까지 내려간 후 10여일간 계속 평균영하 9∼10도 선에 기온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금년 2월6일 서울 지방 최저 기온이 영하 2∼3도, 7일 영하 10도까지 내려가겠으나 7일, 11일 두 차례 기압골이 통과한 다음 기온이 다시 올라가 10∼12일 사이 기온이 영하 5∼7도로 예년과 비슷해진 것으로 관상대는 예보하여 예년 20일 넘으면 봄기운이 온 것을 고려할 때 결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상대는 이 같이 한강이 얼지 않을 만큼 기온이 따뜻한 것은 북반구의 찬 기류가 정상적으로 남하하여 대륙성 고기압을 형성하지 못하고 기압골에 밀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월 중 때때로 약한 고기압이 와 1, 2일씩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날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