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약 값부터 PC방 이용료까지 다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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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과 강북 물가는 다를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강남북 물가 비교를 위해 江南通新이 현장조사를 한 곳은 강남구 역삼동과 도봉구 창동이었다. 두 곳이 각각 강남·북의 대표 상권이 아닌데도 고른 건 이유가 있다. 주변환경이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창동역 인근의 창동 상권과 선릉역 인근의 역삼동 상권은 지리만 강남·북으로 나뉘어 있을 뿐 유사성이 많다. 우선 교통 여건이다. 두 지역 모두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교차한다. 창동역은 1·4호선, 선릉역은 2호선·분당선 환승역이다. 소위 말하는 역세권 상권이다. 또 역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는 같은 브랜드의 대형마트(이마트)가 있다. 강남·북의 대표 상권인 압구정동이나 명동처럼 외부에서 오는 사람이 많은 거대 상권이 아니면서 인근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발달하거나 낙후한 지역도 아니라 일반적인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두 지역의 항공사진을 보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다.

 이렇게 지역을 선정한 후 지난달 29~30일 이틀에 걸쳐 대형마트와 약국, 프랜차이즈 빵집, PC방, 편의점, 미용실, 아르바이트 시급, 케이블TV 월 사용료 등 물건과 서비스 가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강남 물가가 비싸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인 간 보호제나 잇몸치료제 등은 용량이 똑같은데도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넘게 차이가 났다. 똑같은 브랜드 빵도 개당 300~400원이 더 비쌌다. 대형마트의 경우 공산품은 가격차가 없었으나 과일·채소 등 신선제품은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물건값뿐 아니라 미용실이나 케이블 TV 월 사용료 등 똑같은 업체가 서비스하는 가격도 강남이 훨씬 더 비쌌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강남에서는 분명 귤나무인데 강북에 심으면 탱자나무가 된다는 뜻이다. 중국 양쯔강을 기준으로 강남·북 환경이 달라 같은 씨앗을 심어도 열매가 다르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심성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강남·북 물건값에도 이 말이 딱 들어맞았다. 똑같은 브랜드의 상품, 똑같은 서비스도 강남에 가면 더 비싼 대접을 받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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