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줄줄 새는 전기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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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복 사장이 셋톱박스의 전기 자동제어장치인 ‘셋토퍼’를 양손에 들어보이고 있다.

벤처기업인 김재복(51)사장이 ‘전기 먹는 하마’로 손가락질 받는 셋톱박스의 전력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제어장치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1500여만 대가 보급된 셋톱박스는 대부분 가정에서 24시간 켜져 있어 낭비되는 전체 전력량이 팔당발전소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다.

 김 사장은 “TV·셋톱박스의 전원을 동시에 켜고 끌 수 있는 일괄처리 기능을 갖춘 ‘셋토퍼’를 개발해 한국발명진흥회가 주최한 ‘2013 발명특허대전’ 수상작에 뽑혔다”고 밝혔다. 셋토퍼는 가로 7~8㎝, 세로 3~4㎝ 크기로 TV의 밑부분이나 옆에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는 TV·셋톱박스용 ON-OFF 장치가 나와 있지만 2개의 버튼으로 구성돼 사용이 불편하다. 이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은 TV버튼만 눌러 꺼 셋톱박스 전원이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셋톱박스는 디지털 정보를 TV 등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바꿔주는 전환장치다. 인터넷 TV·케이블 TV에 사용하며 주문형 VOD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다. 최근에는 인터넷선까지 셋톱박스에 연결 돼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대부분 가정에서는 셋톱박스를 24시간 대기전력(전원 플러그를 꽂은 상태)모드에 둘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루 TV시청 시간이 평균 3시간에 불과한 일반인이 나머지 21시간 동안도 셋톱박스의 전원을 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셋톱박스가 켜진 상태의 전력량은 21.7W로 대기전력(전력 10~12W 소모) 때보다 평균 10W의 전력을 더 잡아먹는다. 이를 적용할 경우 가정마다 하루(TV를 보지 않는 21시간 동안)에 전력 210W를, 한 달이면 6.3㎾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체 1500여만 대로 따지면 하루 321만여㎾, 연간 11억7200여만㎾의 전기를 셋톱박스가 불필요하게 잡아먹고 있다. 이는 팔당발전소의 시설용량(연간 10억5000여만㎾)을 웃돈다.

전북대 정진균(전자공학과) 교수는 “셋토퍼가 전력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던 셋톱박스의 절전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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