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교황의 은퇴설-교황 선거 제도 개정 추진…후임에 세계적인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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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황「바오로」6세의 은퇴설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교황의 은퇴 문제는 「로마」교황의 주변 뿐 아니라 전세계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으며 또한 「바오로」6세는 평신도도 선거권을 갖게 하는 교황 선거법의 개혁을 준비중에 있는 것이다.
63년6월 「요한」23세의 뒤를 이어 제2백63대 교황으로 취임한 「바오로」6세는 오는 9월26일로 75회 생일을 맞는다. 75세란 그가 모든 주교들의 정년으로 정했던 바로 그 나이인 것이다.
교황청 법에 따르면 교황은 종신 제며 교황이 죽으면 그 사후16∼19일 안에 전 추기경들로 구성된 선거회의(콘쿨라베)에서 교황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교황의 은퇴는 「카톨릭」교회 사상 유일하게 13세기의 교황「셀례스티누스」5세 뿐이었다. 이밖에 1954년에 축은 「비오」12세는 그가 병들자 죽기 몇 개월 전에 은퇴의사를 추기경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간 앞으로 8개월 안에 「바오로」6세가 과연 은퇴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 지에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엇갈리고 있다.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로마」교회 의장은 그 직을 포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성전2백2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바오로」6세는 70년부터 은퇴를 뜻하는 말들을 여러 차례 했다. 「브례시아」에서 온 신부들 앞에서 그는 『나의 임기는 이제 끝날 때가 다가왔다』고 말했고 또 신도들 앞에서도 『일생의 마지막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그는 『누가 우리들의 말을 들을 것이며 누가 우리를 이해할 것인가? 기독교가 아직 현대 세계에도 적용되는 말인가?』라고 회의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반대로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황이 어떻게 그의 신성한 임무를 포기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태풍에 휘말린 「가톨릭」교를 구해야 할 교황이며 또 흩어진 신도들의 목자이기 때문에 그는 결코 그들을 사막에다 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추측 속에 싸인 「바오로」6세는 요즘 교황청 3층 그의 집무실에서 교황 선거 제도 개혁에 관한 문서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다. 이미 1953년 「비오」12세는 「이탈리아」인이 추기경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카톨릭」교에 일대 혁신을 가해 전 세계 대교구의 장들을 추기경으로 임명, 「콘콜라베」를 세계의 「카톨릭」을 대표하는 기구로 만들었다.
이러한 방침을 따른 「요한」23세도 추기경단의 국제화에 중점을 두어 16세기 이후 70명으로 제한되어 온 추기경의 수를 1백 명이 넘게 했다.
「벨기에」의 「수에낭」추기경은 교황 선거에 있어서 추기경들의 특권을 없애 버리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또한 주교들을 「콘콜라베」에 참석시키자는 주장도 있었는데 만약 이렇게 되면 개발도상국의 주교들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어 전혀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바오로」6세의 개혁안 중에는 선거인단의 5%를 넘지 않는 선에서 평신도를 선거인으로 하자는 것도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하여간 올해 만약 「바오로」6세가 은퇴한다면 「이탈리아」인이 아닌 추기경들은 4세기만에 처음으로 좋은 기회를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바오로」6세가 은퇴할 경우 후임 교황의 물망에는 교황청 국무장관인 「프랑스」인「장·비요」 추기경(66)이 강력히 오르고 있다. 그는「바오로」6세의 제1측근자며 국무장관으로서 「카톨릭」교 안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냈고 많은 성직자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탈리아」인 추기경 중에서는 「나폴리」대교구의 「우르시」추기경(63), 전 국무장관 서리였던 「넬라카」추기경(68), 「투린」의 「펜레그리노」추기경(68), 「폘리키」추기경(60)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고 또 외국인으로는 서독의 「헤프너」추기경(65), 「스페인」의 「이·타란콘」추기경(64), 「프랑스」의 「마르티」추기경(67)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파리·마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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