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인권 수사" 한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민이 바라는 검찰은 국민의 아픔과 불편을 먼저 배려하는 인권 검찰이다."(김종빈 검찰총장)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 수사 등 모든 측면에서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이겠다."(경찰의 인권보호 종합추진계획)

검찰과 경찰이 4일 인권 보호의 기치를 나란히 내걸었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이다. 검.경은 그 동안 인권 보호보다 범인 검거에 역점을 둠으로써 끊임없는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법조계는 현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경 주도권 경쟁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는 인권 신장이 기대된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검.경의 인권 보호 의지=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인권 존중의 수사제도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 ▶미래지향적인 선진 검찰 등을 제시하면서 인권 보호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으로 검찰은 불구속 수사와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확대하고, 조사 과정에서 녹음.녹화제를 도입하는 등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경찰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이를 위한 4대 실천 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1004'를 발표하면서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환경 개선 ▶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 강화 ▶사건 관계인의 인권 침해 방지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밤샘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치료와 수화통역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천이 관건=검.경의 조치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2002년에는 피의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검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역시 지난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수사에서 피해자에게 폭언하고,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등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남에게 대접받으려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며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경우 검찰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인권 개선의 노력은 시대요청"이라면서 "일상화된 인권 침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침을 마련하는 것보다 일선 검.경의 인식 전환과 실천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종문.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