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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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타놈·키티카촌」은 무슨 「퀴즈」에나 나올 법한 복잡 미묘한 발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서울시민은 그것이 「타일랜드」수상의 이름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의 가두 곳곳에는 그의 이름이 나부꼈었다.
하지만 그의 직위를 전부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수상·원수·국방상·국군총사령관·태국연합국민당(UTPP) 당수. 그러니까 태국에선 명실공히 최고의 최고 권력자이다.
이른바 태국의 제2인자라는 「프라파트·차루사티엔」의 직위도 명함 한 장에는 좀처럼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는 육군대장과 「방콕」은행장, 그리고 태국연합국민당 부당수. 말하자면 권력·재력·완력의 「심벌」이다.
「타놈」과 이 「차루사티엔」대장과는 사돈간. 「타놈」수상은 이 육군대장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였다.
「타놈」수상의 동생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는 경찰소장에, 내각 사무총장을 겸임한다.
제3인 자격인 「큘라사피아」는 공군대장에 태국연합국민당 사무총장인가를 맡고 있다.
제4인자는 비로소 군복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신사복차림은 아니다. 경찰총감이니 그도 무슨 제복을 입었을 성싶다.
이쯤 되면 태국이란 나라가 어떤 분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외신은 17일 밤 「방콕」에서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전세계에 타전했다. 말하자면 그것은 태국정국이 『열중 쉬엇』에서 『차렷』으로 바꾼데 지나지 않는다. 이런 체제에서 그까짓 친위 「쿠데타」야 『잘했군! 잘했군!』으로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다. 누가 감히 그것을 마다했겠는가.
태국의 역사를 일별컨대, 신통한 것이라고는 일찍이 식민지가 되어본 일이 없었다는 정도일 것 같다. 그리고는 1932년이래 14회에 걸쳐 정변을 겪어 왔다. 헌법의 이력도 찬란해서 3개의 임시헌법과 6개의 영구헌법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소승불교의 도덕이 가르치는 개인주의적 색채와 관용의 덕은 「쿠데타」가 몇 번을 거듭해도 어디선가 소슬바람이 지나는 가보다 하고 만다.
그러니 「쿠데타」는 권력에 쾌감을 주는 상습적인 행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태국의 정치는 바로 군의 향연이며, 또 군은 언제나 모든 관료조직에서 그것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대저 이런 나라를 놓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 나라는 그나마 살기 좋은 곳이다. 물론 그 「살기 좋은 나라」속엔 우리 나라도 포함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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