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테러 후 위구르인 수난 … 170명 체포·구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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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을 공안 당국이 테러로 규정한 후 중국 각지의 위구르인 170여 명이 체포·구금되는 등 탄압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 인근 이리(利犁) 지역에서 지난달 28일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53명의 위구르인이 불법 종교 서적과 CD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망명 위구르 단체인 세계위구르회의가 주장했다. 또 우루무치에선 위구르인 30여 명이 승용차 안에서 불법 종교 서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연행돼 2명이 구류에 처해졌고 나머지는 벌금·교육 처분을 받았다. 베이징에서도 공안이 시내 위구르인 거주 지역을 일제 단속해 93명을 명확한 이유 없이 구금했다.

 신장과 베이징 등지에선 위구르인을 표적으로 한 감시가 강화됐다. 신장 이닝(伊寧)시 위구르인 거주지 일대에 700여 개의 감시 초소가 설치됐고, 우루무치의 역·은행 등에서는 검문검색을 통해 외지 출신 위구르인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또 위구르인에겐 차량용이 아닌 휘발유 판매를 금지하거나 경찰의 허가를 얻어 구입하도록 제한했다. 상하이·난징 등 대도시에선 공안이 위구르인들을 붙잡아 강제 귀향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서방 언론은 천안문 사건을 테러로 보는 것이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 도이치벨레(DW)는 “차량에서 쇠파이프·휘발유통·깃발이 발견됐다고 테러로 볼 수는 없다”며 “개인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기 위한 자살 행위”라는 중국민족대학 위구르인 교수의 의견을 인용했다. 미국 CNN도 ‘이번 사건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서 소외된 이들이 벌인 절망적 외침일 수 있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가 4일 “정확하게 판단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할 것을 요구한다”며 CNN을 비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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