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의 인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통운위는 28일 지준율을 평균 5%인하하도록 결정하고, 이를 1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한다.
현행 지준율은 요구불 예금에 26%, 저축성예금 16%를 적용함으로써 평균 18.3%이였던 것이나, 이를 18% 및 12%로 각각 인하하여 평균 지준율을 13.3%로 인하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금융기관의 수지상황으로 보나. 자금수급 사정으로 보나 오늘날 지준율을 인하해야할 필요성은 절실한바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지준율 인하는 불가피했다 하겠으나, 당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금융정책 전반에 걸친 불합리성을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먼저 지적해야할 것은 지난 6년 이후 계속 고율의 외자도입으로 말미암아 가능했던 외환의 축적을 통해 내자를 조달해오던 금융기조가 지난 70년부터서는 눈에 띄게「슬럼프」에 빠진 외환보유고 상황 때문에 통화창조「메커니즘」을 변질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기본적으로 해외부문에서 통화와 예금을 창조해오던 방식은 지난 70년부터 불가피하게 변질되기 시작, 이제는 오히려 통화와 예금을 해외부문에서 환수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차관원리금 상환수요의 증대에 기인되는 것이라 하겠으며, 앞으로 수년간은 그러한 추세가 불가피하게 지속 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고도성장정책의 계속적인 추진은 통화창조「메커니즘」의 변질에도 불구하고 금융자금의 공급을 계속 확대토록 만들었던 것이며, 사리의 당연한 귀결로 날이 갈수록 일반은행의 한은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측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규제를 완화하기에는 물가정세가 불안했던 것이며, 때문에 정책당국은 금융정책 집행에 있어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금융기관의 적자요인을 강요했던 것이다.
즉 물가정세 때문에 지준율을 대폭적으로 완화시키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고율의 재할이나 차입을 허용함으로써 결국 일반금융기관은 이중의 부담을 걸머지도록 강요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기술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당국은 단계적으로 지준율을 인하해왔을 뿐만 아니라, 재할금리 및 차입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모순된 조치를 취했던 것인데, 이러한 변칙적인 금융정책의 반복은 결국 중앙은행의 품위를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반은행의 방만한 대출을 조장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은행은 당국의 방침과는 달리, 자금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대출을 했던 것이며, 그 결과 지준 부족이 일어나면 거꾸로 중앙은행이「콜」자금을 알선하고, 또 일반차입을 허용해주는 일까지도 반복하게되는 뒤바뀐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이 거꾸로 일반금융기관의 뒷수습이나 해줄 만큼 무위무책의 상태에 빠지고 있는 오늘의 금융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겠음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금융정책이 그처럼 중심을 잃게된 배경이라 할 기본적인 경제여건의 변화와 종합경제정책의 무리를 시정하지 않고서 홀로 금융정책만이 제 궤도를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임도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여건으로서의 종합정책기조를 이번 기회에 수정하는 용단이 내려져야 할 것이며, 이를 계기로 해서 전반적으로 금융정책을 바로 잡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래야만 금융쇄신이라는 당면과제도 아울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