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30% 보장" 수강생들 꼬드겨 … 건대 부동산 강사 30억 챙겨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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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익률 20~30%가 보장됩니다.”

 자영업자 이모(40)씨는 지난해 12월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평생교육원) 부동산경매컨설팅과정 강의 중 강사 임모(41·자문위원)씨로부터 이처럼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고수익이 나는 부실채권(NPL)에 투자해보라는 거였다. NPL은 은행이 채무자로부터 받은 담보물 저당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임씨는 수강생들에게 “NPL은 다른 투자에 비해 자금 회수가 빠르고 세금도 거의 없다”고 꼬드겼다. 경매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실전 경험이란 논리도 내세웠다. 임씨의 말을 믿은 이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모두 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씨 외에 다른 수강생 25명과 건국대 행정대학원생 9명도 임씨에게 돈을 보냈다. 1인당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7억5000만원까지 총 40억원이었다. 임씨는 지난달 22일 이 중 30억원을 인출해 잠적했다. 그가 진행하던 컨설팅 강의는 그대로 중단됐다. 이씨는 “임씨가 강의 수료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미래지식교육원 교수와 함께 학생들에게 자체적인 심화투자수업까지 진행해 철석같이 믿었다”며 “당장 은행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 강동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강동서는 “피해자 대부분은 임씨 강의를 듣는 자영업자나 주부들로 은행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을 모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재 임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4일 밝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임씨는 “NPL 투자는 한 건당 거액이 들어가 돈을 모아 투자한 뒤 추후 수익금을 배분한다”며 자신이 만든 계좌 6곳으로만 돈을 받았다. 이씨 등은 학교 측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미래지식교육원 측은 “임씨의 투자 제안과 심화투자수업은 학교가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부실채권(NPL)=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해 준 돈을 채무자가 갚지 못해 생긴 빚. 금융회사는 NPL 처리를 위해 부동산 등 담보물을 NPL 자산관리회사(AMC)에 팔아넘긴다. AMC는 이를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한다. NPL 투자는 경매에 넘겨진 담보물의 저당권을 AMC에서 사는 걸 말한다. 경매 낙찰가가 저당권을 산 가격보다 높으면 이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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