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추세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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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윌리엄·E·헨돈 교수(미 하와이대) 한국과 북괴는 상이한 사회문화체제 속에서 각기 다른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 판이한 외부의 영향은 한국과 북괴의 정치·경제·사회 등에 커다란 차이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와 아울러, 비슷한 입지조건으로 말미암아 공업부문에서는 유사점도 함께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과 북괴는 공업화과정에서는 상이 경향이, 외부영향 등 기타 많은 요인으로부터는 이질화경향이 초래되고있는 현실에 직면하고있다. 상이 경향이 통일을 촉진시키는 반면 이질화경향은 이에 장애가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과 북괴사이에 가로놓인 이 같은 차이가 저절로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차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준비할 공동 노력이 절실해진다.
그 가운데 하나로 한반도의 앞날을 위한 「한국문제연구소」라는 것을 생각해 볼 만하다. 통일에 필요한 의사교환과 통일방안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연구함으로써 통일의 전도를 밝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소가 실립 된다면 판문점회담과 같은 대치를 탈피하여 공동협상·「세미나」·조사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월례회에는 미·소·일·중공 등 강대국대표들이나 「업저버」들도 초청될 수 있으나 연구소의 주요업무는 양측 연구소원에 의해서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한국과 북괴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북한 양쪽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현 남북한의 체제나 또는 그 혼합체와는 개념적으로 다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계획된 미래사회」이다.
물론 이러한 구상은 이상주의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상주의적이라고만 밀어붙이기엔 많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이상주의는 역사적으로 사회적인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것이 입증돼왔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에 존재하고있는 정치적 난국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에너지」의 근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전혀 새로운 사회체제를 계획하는데는 특별한 「이데올로기」, 즉 「코리어니즘」의 창조가 필요하다.
민족주체의식은 이러한 작업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비슷한 사회적 목표를 채택하는 것은 이를 위한 상호협조와 의견 및 자료교환의 소지를 체공하는 것이며 따라서 통일의 가능성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통일은 현재와는 다른 시간적 차원 즉 미래에 이룩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뜻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현명하고도 긴 안목의 계획이 필요하며 통일을 위한 한국문제연구소 같은 것을 제도화시키는 것도 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통일 그 차체뿐만 아니라 통일의 결과도 생각함이 필요하다.
통일한국의 형태에 대한 강대국들의 태도가 어떻게 나타날 것 인지에도 관심을 두어야한다는 말이다. 한민족이 구상한 한국의 미래가 만약 세계평화와 타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강대국들은 이러한 미래의 성취를 위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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