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대형주 두각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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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매 패턴이 엇갈리면서 코스피 2000선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외국인들은 연일 사자열기를 뿜으며 상승흐름을 주도한 반면 투자신탁회사들은 이 틈을 타고 환매물량을 대거 쏟아냈던 것.

 종목별로는 올 상반기 맹위를 떨쳤던 중소형주들이 상승대열에서 이탈하는 대신 대형주들은 그간의 설움을 씻고 서서히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의 경기전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화될수록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들이 시장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앞으로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렇게 되면 견조한 실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수급이나 투자심리 상의 이유로 소외됐던 대형주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서도 다른 대기업에 비해 실적호전이 두드러진 삼성그룹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그룹주에 직접 투자하기엔 가격 수준이 부담스럽다. 이에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주로 편입한 적립식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엔 여러가지 삼성그룹주 펀드들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 성적이 좋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지난 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코스피 대비 초과성과를 내고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소형주 중심의 장세 속에 다소 부진했지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터지면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 내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나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것도 주가상승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 삼성그룹적립식 펀드’는 세계 초우량 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에만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는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의 그룹주 펀드로 출시된 이래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시리즈 펀드 모두 합해 3조원이 넘는 몸집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괜찮은 건 삼성그룹의 탁월한 경쟁력·양호한 재무구조·시너지효과가 장기간 쌓이면서 왠만한 외풍엔 흔들리지 않는 체질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등의 단기 변동에 안절부절 못하는 투자자한테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거두겠거니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펀드는 9년간의 운용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경쟁사와의 특허분쟁 등의 곡절을 겪으며 대량 환매사태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들 악재를 거뜬히 이겨내고 순항하고 있다. 장기 안정적인 성과의 배경으로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투신운용의 그룹주펀드 운용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도 꼽힌다.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주만을 위한 운용원칙’을 세우고 한치의 어긋남없이 지켜오고 있다. 이를 테면 펀드에 편입된 개별 종목이 시장대비 과도하게 상승해 투자비중이 10%를 초과하게 되면 3개월 이내에 10% 아래로 떨어지도록 리밸런싱하는 식이다. 삼성그룹투자위원회를 통해 분기 1회 이상 종목 비중을 조절하기도 한다.

 펀드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화재 등 20개 내외의 삼성그룹 상장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시가총액 100위권 내에 들어가는 업종대표주들이기 때문에 각 산업별로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량 주식들인 만큼 적립식 펀드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초보 투자자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도 듣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백재열 부장은 “그 동안 박스권 장세에서 중소형주 선호 현상으로 인해 소외되었던 대형주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주가가 많이 오른 중소형주와 크게 빠진 대형주에 대해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종목군을 찾아 비중을 높여가는 전략으로 수익률을 개선해 나갈 예정인데, 삼성그룹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고 덧붙혔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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