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섬유협정 조인이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미 섬유수출입 규제에 관한 양해각서가 16일 이 상공장관과「데이비드·케네디」미국지사간에 조인되었다.
한-미 섬유협상은 그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결국 미 측의 일방적인 압력에 굴복하는 형식으로 협정 체결이 매듭지어졌다. 3억2천만 평방「야드」를 기본「코타」로 정하고 평균 7.5%의 수출 증가만을 허용하는 5년간의 규제협정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의 대미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국내섬유업계는 여러 가지 후유증을 수습해야 할 난제를 짊어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수출계획의 차질과 국제수지 적자요인의 증대라는 중대문제를 극복해야 할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이처럼 궁지에 빠진 이유는 미 측의 부당한 처사에도 기인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리의 협상자세가 허술했기 때문임을 크게 반성해야 할 줄로 안다.
섬유협상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당국은 협상자체를 거부하려 했던 것이며 막상 불가피하게 협상 「테이블」에 나갔을 때에도 지나친 증가율만을 고집해서 원만한 협상진전을 유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닉슨」행정부의 입장과 미국경제에 대한 인식부족의 소치라 하겠으며 국내문제를 다루던 타성으로 국제문제를 다룬 안이한 방식의 당연한 소산이라 할 것이다. 한때 미 측은 연 증가율 11%안까지 제소한 바 있었는데 이를 거절하고서 이제 7.5%선을 감수해야만 하게 된 협상태도를 당국은 뼈저리게 자책해야 할 것이며 대외협상에 있어 보다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겠음을 차제에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섬유협상은 일단락 되었으므로 체결된 규제 안을 지키는데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만이 남게 되었다. 우선 섬유업계의 도산 문제와 실업문제를 합리적으로 수습해야 할 것이다. 도산 문제나 실업문제가 제기됨으로써 무턱대고 이를 구제하러들 공산이 짙으나 이는 우리가 극 력 회피해야 할 국면이요, 오히려 차제에 섬유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를 잡아야 할 것이며 부실기업은 대담하게 정리하는 것이 국민 경제적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섬유류 수출규제가 이뤄진 이상 섬유산업의 원자재조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과거와 같이 수출량 위주의 정책은 지양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외화 가득률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해야 하겠으며, 이를 위해서는 수출용 섬유산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국산 원자재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문제의 안정과 양질의 원자재 공급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국산 원자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수입을 허용한 이유가 질과 가격문제였던 사실에 비추어 보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원자재 대체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자재 생산의 기술 개선을 위한 투자지수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들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재편성 정책이 강력히 추구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아무리 국내 조치를 효과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전체 수출증가율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므로 섬유수출 규제에 따라서 생기는 외환상의 차질 요인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임을 촉구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