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65만 세대 지역건보료 내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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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근로자는 근로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매긴다. 반면 자영업자·일용직근로자 등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이나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문다. 월세 세입자는 전세로 환산해 부과한다. 집이 없는 세입자들은 전·월세 보증금 폭등에 따른 건보료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인천에 사는 40세 자영업자는 지난 5월 이사하면서 전세금이 1억원에서 1억4000만원이 됐다. 올라간 전세보증금 4000만원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재산과표 등급이 세 단계 뛰었고, 이 때문에 월 건보료가 8만8940원에서 10만5690원으로 18.8%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전·월세에 사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줄어든다. 3일 보건복지부는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개선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 내용은 전·월세 기초공제금을 현재보다 늘리고, 오래된 자동차에는 건보료를 덜 매긴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복지부 산하 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에서 논의 중인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선안과 맞물려 있다.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기준을 완화하면서 세입자 같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전·월세 기초공제금을 5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유력하다. 지난 1일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월세 기초공제금을 현재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 지역가입자 328만 세대 가운데 전·월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등급이 바뀌는 65만 세대(19.5%)가 혜택을 본다. 연간 총 건보료 439억원을 덜 낸다. 세대당 월 평균 5600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공제금 액수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500만~700만원 수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에도 비슷한 대책을 내놨었다. 전세 인상액의 10%까지만 반영하고(10%상한제), 금융기관 대출금은 빼주는(부채공제제) 것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같은 집에서 그대로 사는 경우에만 적용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는 혜택을 볼 수 없었다. 반면 이번에 마련한 전·월세 기초공제금 확대는 이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세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은 더 세분화해서 부담을 줄인다. 현재 지역가입자는 자동차의 배기량과 연식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 총 480만 대에 대해 연간 5020억원의 보험료를 물리고 있다. 그런데 9년 이상 된 차량은 연식과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재산가치가 거의 없는 노후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물리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9년 이상 차량은 신차(3년 미만)의 40% 수준으로 건보료를 문다. 하지만 복지부는 12년 이상 15년 미만 차량은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73만 대가 연간 246억원의 보험료를 덜 낸다. 대당 월평균 2800원이다. 또 15년 이상 차량에는 아예 건보료를 매기지 않는다. 67만 대가 대상이며 연간 427억원(대당 월 5200원)의 보험료를 안 내게 된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기본 방향엔 공감하지만 기초공제금을 500만원보다 더 올려야 할 것으로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지역 건보 가입자와 근로자를 통합해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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