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이번엔 한국 의사 벌떼 공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 언론들이 삼성 휴대전화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 의사들에 의한 성형수술 문제를 공격하고 나섰다. 또 중국 스모그의 한국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관영 중앙TV(CC-TV)와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들은 2일 최근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의 삼류 의사들이 중국에 들어와 성형수술로 큰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北京) 위생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베이징에 등록된 한국 의사는 모두 10명이며 이 중 5명이 성형외과 의사다. 그러나 비성형외과 의사들도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등록이 안 된 무허가 한국 의사가 40여 명에 달하며 이들이 한국 최고의 성형외과의사라며 허위·과대선전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외국인 의사 단기의료행위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CC-TV는 또 한국 의사들의 실력이 삼류 수준인데도 성형수술 비용을 중국 의사보다 30~60%까지 비싸게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일부 의사는 한국에서의 수술비보다 더 비싼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과 분쟁도 끊이지 않아 중국인들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철저한 단속을 촉구했다. 앞서 CC-TV는 지난달 21일 삼성의 S3와 갤럭시 노트2 휴대전화에 ‘먹통 현상’이 나타나고 애프터서비스(AS)에도 문제가 있다며 30여 분 동안 집중 보도했다. 그 결과 중국삼성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관련 제품을 무상 수리나 교환해 주기로 했다.

 신경보는 2일 중국의 스모그가 한국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한국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신문은 환경전문가인 펑잉덩(彭應登)의 말을 인용해 “PM 2.5(지름 2.5㎛ 이하의 먼지)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확산은 되지만 한국으로 건너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한국의 공기오염 물질에는 질산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황산기 오염물질이 주류다. 따라서 중국을 탓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들의 이 같은 한국 때리기와 관련해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새 지도부의 개혁정책을 확정할 당 중앙위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외국 기업들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하며 국내외 기업들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손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시장교란이나 불공정, 불법행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1일 CC-TV가 올 들어 애플·삼성·스타벅스 등 외국 기업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비판 근거가 부족해 오히려 비웃음을 사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애플의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 차별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으나 최근 애플의 주가는 3월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중국 내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싸다고 비판했지만 이는 국가별 임대료, 종업원 수, 생활 스타일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경영·금융 상식이 부족한 보도”라고 꼬집었다. 유럽이나 미국인은 커피를 사서 밖으로 나가지만 중국인은 3~4시간씩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커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천신레이(陳歆磊) 중국 청쿵경영대학원(長江商學院·CKGSB) 마케팅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들의 불공정이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단속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국 언론이 브랜드 신뢰도가 있는 외국 기업을 공격하면 외국 기업이 그 문제점을 즉각 시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 소비자들의 그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공격의 역설’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