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의 인질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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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판문점에서는 국제적인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남·북 적십자 회담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계기로 북괴는 의식적으로 대 서방 미소정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나, 그 반면 국내적으로는 북괴가 더 많은 무장간첩을 침투시켜, 대남 도발의 양상과 수법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무장공비 또는 간첩의 침투사건은 결코 어제 오늘에 시작된 일은 아니지만, 지난 반달동안에 일어난 일련의 무장간첩침투 양상들을 훑어볼 때 거기에는 몇 가지 날카롭게 주목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점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9월18일 김포반도에 침투한 무장공비와 9월26일 서울 천호동에 침투한 무장간첩, 그리고 작1일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에 침투한 무장간첩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수법은 그들이 다름 아닌 촌가 또는 도시의 민가에 뛰어들어 인질극을 벌인 점이다.
또 그 휴대품을 보면 AK소총 또는 권총·독침·소음 총·「비라」철포기·거액의 공작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종래의 무장공비 침투상황을 보면 3인조, 7인조, 11인조, 31인조, 중대병력 둥 그 규모에 있어 일정치 않았으나 대개의 경우 취약지대에 침투하여, 발견되면 산중 또는 해상으로 도주한 것이 상례였다. 또 그들의 침투목적으로 지적된 지령사항이라는 것도 주로 산간벽지에서의 거점확보, 은밀한 정보수집, 민심과 치안교란 등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을 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촌가 또는 도시민가에 뛰어들어 은폐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노출된 인질작전을 감행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의 간접침략방식은 그것이 평화공존 시에 있어서든 냉전 시에 있어서든, 월남전쟁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선전→침투→공작→노출된 「게릴라」 활동의 과정으로 도식화 되도 있다. 이러한 도식에 입각해 최근의 북괴 대남 간첩침투상황을 분석해 보면 그들이 과거의 은폐된 활동으로부터 노출된 활동으로 이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괴가 감히 이러한 전법을 서슴지 않고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소견을 단적으로 말한다면 북괴는 작년11월, 저들의 소위 제5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대남 전략으로서 이른바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시도할 것을 결정한 바에 따라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김일성 괴수가 남한에 대해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남한사태가 소위 「첨예화」하여 자기들에 호응하는 세력이 많다고 계산하고 적색분자가 아니더라도 광범위한 동조자를 얻을 수 있다는 망상에서 나온 것이 분명할 것이다.
김일성 괴수는 무장공비 또는 간첩을 남파하여 노골적인 파괴활동을 감행케 하여 충격을 가하면, 민심의 동요와 불안증대로 그들이 궁극적으로 목적하는「인민봉기」또는 「혁명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광신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북괴의 대남 도발 전략의 기본도식이 이처럼 전변한 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우리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잇따른 간첩사건과 그들의 수법이 악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믿는 둥 마는 둥, 마치 만성화된 고질처럼 무관심 하는 일이 있다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 기회에 북괴무장간첩들을 일반적인 개념의 간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격분자로 간주하고 그들의 수법·장비 등에 대응하여 우리의 대 간첩 작전의 효율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괴의 오산은 남한사정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어지러울 때, 그들의 침투와 도발은 더욱 격화될 것을 예상해야 하고, 그에 대한 근본대책으로서, 우리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내정개혁이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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