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일본 집단적 자위권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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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

지난 10월 21~29일 호주 시드니·캔버라 등지에서 교민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와 재외동포사회의 역할’ 주제의 강연을 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투표권·이중국적 부여가 동포사회에 미칠 영향과 함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려는 뜻도 있었다.

 동포사회는 투표권 부여 결정 이후 여야·지역·이념으로 분열됐으며 지난 대선 이후 여야 정치조직이 생겨 대립 양상이다. 앞으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선 여야가 치열한 재외동포 득표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강연회에서 동포사회가 국내 정쟁에 따라 분열·대립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주까지 와서 지역을 따지면서 갈라지거나 이미 승패가 다 결판난 이념대결을 벌이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오히려 정쟁을 일삼는 국내 정치인들을 재외동포들이 투표로 심판할 것을 제안하자 많은 교민이 찬성했다.

 정작 교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주제는 다시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였다. 특히 미국이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한국에 이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이 대중 군사동맹을 이룰 경우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어떻게 되며 이 경우 중국은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정경분리 정책을 지속할지, 한국은 국익을 위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할 수 있을지도 걱정했다. 광복 70년이 가까워지면서 미국이 일본을 재무장시켜 자신의 대역을 시키려는 조짐도 우려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풀기 힘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안보와 경제의 불균형한 국제관계 앞에 고심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비틀거리는 대한제국도, 건국 초의 힘없는 대한민국도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 나라 중 민주화·산업화를 모두 이룬 유일한 중견국가 한국의 처신을 세계가 주시한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힘든 처지지만 앞으로 우리의 선택이 강대국들에 영향을 미칠 조건도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한국은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에 평화는 ‘밥’이다. 남북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이 지금으로선 평화통일보다 중요하다. 남북이 함께 먹고사는 일은 평화를 지키는 일에서 출발한다. 둘째, 최선을 다해 북핵 폐기와 포기를 위해 6자회담과 4자회담을 열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재무장한 일본의 칼끝이 한반도를 겨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셋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충실하되 중국에 대적하는 군사동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의 침략과 전쟁범죄를 정당화하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을 경우 우리 국민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다는 북한의 공세에도 시달려야 한다. 넷째, 유럽의 헬싱키 체제 같은 동아시아 안보경제협력기구, 즉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미·중·러·일·남북한과 일부 동남아 국가로 이뤄지는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상은 한국의 새로운 국제정치 지평을 열어줄 뿐 아니라 미·중 대립에 의외의 세력균형 국면을 열어놓을 수 있다.

 이 시대는 강대국들만 국제관계를 열어가는 주역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한 나라의 의미도 달라진다. 지방분권, 지방 간의 국제적 교류, 시민사회 사이의 국제 연대가 깊어진다.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는 것이 세계사의 흐름이라는 것을 확신할 때가 됐다.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