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기의 놀이공원 이야기 <3> 자이로드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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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로드롭

이제는 누구나 자이로드롭 하면 롯데월드를, 롯데월드 하면 자이로드롭을 떠올립니다. 명실상부 롯데월드를 대표하는 어트랙션이지요.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원기둥, 그 자체만으로도 위용을 자랑합니다.

1998년 4월 11일 오픈한 자이로드롭은 80m 상공까지 40명을 태우고 올라간 뒤 단 2.5초 만에 떨어뜨리는 놀이기구입니다. 꼭대기에서 약 3초간 정지할 때 느껴지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스릴’을 최고의 쾌감으로 꼽는 사람도 많지요. 어쨌든 짧고 굵습니다. 이게 바로 자이로드롭의 매력이지요.

꼭대기에서 주변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 중 하나입니다. 25층 높이에 해당하는데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석촌호수와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는 실외 파크 ‘매직 아일랜드’가 한눈에 들어오니깐요.

1994년 국제유원시설협회(IAAPA)를 찾았을 때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이런 ‘드롭 타워(Drop Tower)’였습니다. 당시 롯데월드를 세계적 테마파크로 끌어올릴 수 있는 어트랙션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사실 롯데월드에서 처음 자이로드롭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반대 목소리도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외환위기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1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한 어트랙션에 투자한다는 게 모험이었죠.

오랜 자료 조사와 설득 끝에 롯데월드는 새로운 놀이시설로 자이로드롭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높은 곳에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변화도 주었습니다. 정점까지 올라갈 때 360도로 돌면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어디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것이었습니다. 발판도 없앴습니다. 그것이 더한 공포를 안겨줄 테니까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시 국내 테마파크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질 때, 롯데월드만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였습니다. 자이로드롭 효과였죠. 자이로드롭이 사람을 떨어뜨린 만큼 매출은 쑥쑥 올랐습니다. 반면에 루머도 많이 낳았습니다. 자이로드롭에 탔다가 시설에 머리카락이 끼었다는 끔찍한 이야기 등등 희한한 소문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자이로드롭은 그 이름 자체가 한 놀이시설 종류의 대명사가 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본래 자이로드롭은 놀이시설 분류상 ‘드롭 타워 어트랙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사람은 자이로드롭을 마치 놀이시설의 한 종류인 것처럼 말하죠. 이제 TV나 신문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도 ‘OO 놀이공원의 자이로드롭’‘해외판 자이로드롭’ 등으로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런 표현을 빌리자면 2014년에는 ‘진화된 자이로드롭’이 미국에서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맨 꼭대기에서 90도로 좌석이 꺾여 땅을 보고 수직으로 하강하는 기구라고 하네요. 꽤 스릴 넘치겠지요? 물론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진화이겠지요. 360도 회전하며 올라가는 파노라마 효과와 발판이 없는 좌석으로 완성된 ‘드롭 타워’ 어트랙션은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이 ‘원조’랍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고 싶은 꿈, 반대로 그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상상쯤은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은 그러한 꿈과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 놀이시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이드 헌터(Ride Hunter) 최원기 전 세계 테마파크를 돌며 놀이기구만 보고 다니는 놀이기구 전문가. 현재 롯데월드 마스터플랜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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