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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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서고금을 통해 군대가 명심할 세가지 「S」가 있다. 첫째가 상황판단(시튜애이션),둘째가 보급(서플라이), 세째가 사기(스피리트). 이중 어느 하나가 어긋나도 패한다.
첫째로 꼽는 상황오판의 경우는 역사상 얼마든지 그 좋은 실례가 있다.「느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것은「히를러」의 막료들이 오판을 한 결과라고 말한다.상륙작전이 감행되던 날 밤「히틀러」는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누가 깨우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막료들은 상황보고를 늦추고 밤이 새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시간엔 이미 연합군이 승리의 깃발을 나부끼고 있었다. 때는 늦은 것이다. 상황이 위급한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고가 되었다면 세계의 판도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의 「모스크바」공략도 상황오판으로 실패했다. 강추위와 강행군의 피로를 병사들이 견디어 낼 수 있으리라고「나폴레옹」은 믿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였다. 공급도, 사기도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승자일지는 너무도 뻔하다.
가까이는「카스트로」가 집권하는「쿠바」상륙을 들 수 있다.「케네디」미국대통령온 당시「쿠바」의 상황이나 이쪽 상륙군의 상황을 잘못판단하고 있었다. 물론 실패하고 말았다.
더 많은 역사를 들출 필요도 없다. 군의 상황판단은 의사의 환자진단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전략상 잘못된 시작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종말을 가져온다. 「맥아더」장군은『전쟁에 진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작전에 진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전사령관으로는 한에 맺힌 이야기일 것 같다.
현대전쟁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정보의 전쟁이다. 누가 촌각이라도 빨리 상황을 옳게 파악하느냐가 전쟁의 전부를 지배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갈다. 왜냐하면 핵「시스팀」은 순간의 포착(捕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악관과「모스크바」사이에 「흐뮬라인」(긴급상황 전화)이 가실되어 있는 것은 서로 상황의 오판이 없도록 하자는 데에 뜻이 있다.
그것은 불과 80리 간격을 둔 서울과 인천사이의 일이었다. 시간도 무려 10시간여나 흘렀다. 더구나 군의「시스팀」안에 포함되는 집단원의 집단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공비의 서울입성으로 오판되고, 또 공식 발표되었었다.
상황오판은 「저널리즘」에도 있는 것 같다.「발표」 일변도에 의존한 보도는 공연히 세상을 놀라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냉철한 「저널러스트」의 형안은 이 모든 상황의 판단이 혹은 작위적인 오판일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간파해야 한다. 이런 직류의「오판」을 오도해서도 안되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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