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북송문제의 새로운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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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일본정부는 조총련계교포의 북괴방문및 재입국등 자유왕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를 같이한 일본주요신문들의 논조를 보면, 북한과 일본과의 자유왕래와 인사교류의 제한을 제거하고 남북한 차별없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한다.
이는 명백히 남북한적십자사대표회담의「무드」에 변승해서 일본이 은연중 가지고있던 대북괴정책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아도 과히 잘못이 아닐 것이다. 남북적십자회담의제의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드 일부측에서는 금방 국토통일이 실현이나될것처럼 마음이 들뜨고, 또 성급한기대와 흥분에 사로잡혀 그에 변승한일본이 대북괴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아닐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남북적십자회담을 구실로 일본이 노골적으로 대북괴접근을 시도한다고 하면, 그것은 남북적십자회담자체를 곡해하는 것이될뿐만아니라 종래의 한일우호관계를 뒤집어업는 처사가 되며, 또 그런것이 결과할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잘 알려진바와 같이 남북적십자회담은 그것이 전혀 정치성을 떠난 순전한 인도적견지에서 추진되는것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런것을가지고 일본이 정치적으로 대북괴정책전환의 언질로 삼는다는것은 있을수 없다. 특히 한일간에는 기본관계조약을 비롯해서 재일교포의 법적지위협정등 제조약이 살아있는한, 그 조약의 정신이나 신의를 저버리고 정책을 표변시킨다는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런점에서 우리는 작금 일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일본의 반성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정부는 이와같은 일본의 심상치 않은 동향에 대비하여 강력한 저지책을 서둘러야만 할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서 더욱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것은 전기한 바와같은 일본의 움직임에대한 우리정부외 태도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있었던 정부측 발언을 추려보면 『…일본정부의 재일교포에대한 인도적견지에서의 북괴왕래허용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든가 또는 『…근래에는 북송자체를 강력하게 저지하려한 일이 없었다』는등 발언은 국민을 우롱하는것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 역시 작금의 정세를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지모르나, 그것은 우리가 과거 일관해서 견지하여 온 원칙을 하루 아침에 전변시키는 무원칙한 발언하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6·25때 전쟁포로를 송환하는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자유송환원칙을 주장하고, 그후 재일교포의 북송을 반대에 있어서도 우리가 인도주의적원칙을 내세우면서 무고한 자유인을 공산생지옥으로 보내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같은 과거의 원칙을 무시하고 그밖의 다른 이유를 들면서 재일교포의 북송을 반대하지 않는것은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른바 남북「무드」가 어디까지 갈것인가를 장담할수없으나, 그것은 보나마나 가시밭길에 비유해도 좋을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새삼 명심해야할것은 우리의 기존자세나 내외기존질서를 크게 무너뜨리지 않고 우리가원하는 해결의 길을 찾는데에만 이번 회담의 의의가 있고, 또 그래야만 대화나 협상의 조건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테두리를 우리 스스로가 무너뜨릴때, 그것에서 어떤 결실을 가져올 것인가는 매우 한심스러운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작금의 일본의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정세가 격변할수록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냉철한 판단과 그를 위한 현명을 가져야만 할 필요성을 새삼 절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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