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씨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다. 양화가이지만 동란 후에는 도자기에 몰두하였고 말년엔 오히려 판화가로 호칭되었다. 일본제국 미술학교 서양학과 출신인 그는 55년이래 이대·홍대·경희대로 건전하면서 미술교육을 맡아왔고 몇 편의 논문을 남겼으나 평론가나 미술사가도 아니다. 역시 그는 작가인데 너무 다작이라서 그 성과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유작전에 내놓은 유화는 14점, 「과슈」2점, 판화37점, 그리고 필채 색의 도기10점, 지난7일 그가 세상을 떠나자 졸지에 마련했기 때문에 미처 흩어져있는 작품들을 모을 여유가 없었겠지만 실상 친지들이 간수하고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서양화(53년) 목판화(56년) 도자기(61년)의 개인전을 세 번 가졌을 뿐, 「그룹」전 출품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조형력과 폭넓은 작가정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을 받은 작가이다. 비록 소품에서 간결하게 처리된 것들일 망정 결코 무료하지 않은 얘기와 「로컬리티」를 담고 있다. 「베일」너머로 대화하려하거나 혹은 남에게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는 소박한 사상에 그의 높은 격조가 있는 것이다.<23일∼30일 도나장 화랑(관훈동) 및 현대판화미술관(관철동)에서 전시>
뛰어난 조형력…정규 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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