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고적의 가치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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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방 후 우리 문화사상 일찌기 유례없던 광고의 성사로서 크게 찬양 받고 있는 백제 제25대 무령왕릉 발굴의 낭보는 뒤이은 그 현장과 출토유품들의 보존면에서의 소홀이 벌써부터 큰 물의의 대상으로 되고있는 듯 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발굴작업을 주관했던 중앙 문화재관리당국자의 철수 이후 사적지정이 확실시되고 있는 이 왕릉의 발굴현장 부근에는 연일 호기심에 찬 일반인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개중에는 출입을 막기 위해 임시로 간막이한 널판자를 비집고 왕릉 내부에까지 드나든자까지 불소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발굴된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공주박물관측은 심한 인원부족과 시설미비 때문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국민을 실망케 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바 ①선도(연도)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던 돌사자의 우측 뒷다리부분과 현궁 속에서 나온 청동수저 한 개가 각각 부러졌으며 ②왕과 왕비를 담았던 관재가 부스러졌고 ③동왕릉 안에서 나온 출토품들의 정확한 채취량 파악과 봉인조치도 없는 가운데 「베니아」판으로 막은 허술한 보관장소에서 잡화취급을 받듯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는 소식 등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란은 일찌기 이번 무령왕릉 발견과 발굴과정에서 노정된 당국자들의 지나친 조급성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시한바 있었던 것인데 위에서 지적한 모든 실수들은 우리의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로써 구성된 문화재관리당국자들이 막중한 가치를 지닌 왕릉 내부의 실측과 유물수습을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 원상보존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신중성을 결한 처사였음을 면치 못한다.
이들이 1차적인 조사와 유물수습이 끝난 다음에라도 조급하게 서울에 철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서 현장 및 출토유품의 보전에 조금만 더 세심한 대책을 세웠더라도 사태는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깨진 독의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나마 남은 유물들과 왕릉의 현장보전에 당국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왕릉에서 나온 일체의 유물들은 이를 국립박물관 공주분관의 시설 및 인원이 대폭 정비 확충될 때까지 즉각 서울 또는 부여 등지의 적절한 장소에 옮겨서 보관토록 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먼저 수습된 전유물의 정확한 채수량을 조사하고 그 목록을 작성, 운반도중의 파손을 막는 수송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일부보드에 의하면 왕릉이 발견된 현지인 공주지방주민들은 이미 드러난 실책에 격분, 출토유품의 외지반출을 일절 거부한다는 성명까지 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주박물분관 시설을 가지고서는 그 현형보전은 물론, 도난의 우려까지 없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여러 가지 현지사정을 종합컨대 발굴된 무령왕릉의 원상보전을 위해서도 우리는 당국이 긴급히 손을 쓸 필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천5백년의 장구한 세월, 땅속에 묻혀있던 이 위대한 고적도 그것이 일단 외기에 직접 노출되기 시작했고, 또 더군다나 우기에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을 고려할 때, 그 현상보전을 위한 어떤 특별대책이 없다면, 혹은 전면적인 붕괴까지도 우려되는 것이다.
고고학이나 금석학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상고사 전체에 이미 눈부신 광망을 던지기 시작한 무령왕릉 발굴의 성사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민은 온갖 지혜와 양식을 모아, 긴급히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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