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팍」의 경협기구화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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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14일부터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4차 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아스팍)에서 「아시아」국가의 경협강화를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건설계획』을 제의할 방침이라 한다.
김용식 외무가 12일 기자회견석상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계획은 ①무역장애요소의 제거 ②기술도입의 자유화 ③자본도입자유화 ④「아시아」개발은행(ADB)의 기능확대 ⑤청년층 교류증대 등을 골자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는 한국의 주창으로 이 지역에 자리잡고있는 국가들의 안보협의체로서 발족,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이 각료이사회에 참가한 국가들은 저마다 중공으로부터 오는 안보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데다가, 국제정치상 진로에 있어서도 공동보조를 취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으므로 「아스팍」이 하나의 집단안보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급작스레 나타나기 시작한 미·중공 관계해빙의 「무드」와 일·중공 관계개선의 움직임은 「아시아」의 정세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으므로 「아스팍」으로서도 종전처럼, 단순히 안보를 중심으로 한 협력기구로써만은 그 존립이 어렵게끔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하 「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로 하여금 경제협력관계의 증진을 통한 역내 제국가들의 경제번영을 이룩하는데 중점을 두도록 그 행동목표를 재조정코자 한다는 것은 분명히 불가피하며 시기에 맞는 처사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정부가 먼저 이 점에 착안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건설계획』을 제의하겠다고 하는 것을 뜻 있는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종류의 계획은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국가들간에 경제발전상 격차가 심하고, 또 공산권을 상대로 경제거래를 하고있는 나라와 그렇지 아니한 나라가 있으므로,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지 아니하고서는 참가국의 전반적인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는 제안자인 우리 정부가 계획의 작성 및 합의획득의 전과정을 통해 공통적 이익추구를 위한 합리성의 바탕에서 관계 각국과 외교적인 협의를 거듭, 이 모처럼의 계획이 반드시 구현되어 「아스팍」의 앞날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번 「아스팍」회의에서는 아시아지역의 일반정세와 중공의 진출문제에 관해서도 관계 제국의 의견이 교환될 줄로 아는데, 김외무는 『현시점에서 중공의 「유엔」가입을 반대한다』하고, 회원국가들이 중공의 「유엔」가입문제에 관해 『공통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겠다』고 언명한 것은 매우 주목되는 발언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아시아」지역의 일반정세와 중공의 진출문제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공을 에워싼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일어날 징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상, 「아스팍」회의가 이 문제에 관해 의견 교환을 한다는 것은 필요하고 또 불가결할 것이다. 다만, 회원국의 대중공정책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중공의 「유엔」가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표명한 국가도 없지 않은 터이므로 이런 상황하에서 「아스팍」이사회가 어떤 공통적 결론에 도달하기는 심히 어려울 것이 우려된다.
그렇지만 이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고, 동의를 얻기 위해 설득을 벌인다는 것은 우리 나라가 놓여있는 국제권력정치상 좌표로 보아, 당연한 것이니 우리는 우리정부의 그러한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실을 가져오기를 염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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