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중국, 알고 가야 실패 안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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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위협'이자 '기회'인 나라 중국. 하지만 한.중 수교(1992년) 이후 꿈에 부풀어 달려간 한국 기업 3만여 개 중 60%가 실패를 맛봤다. 중국에 대한 무지와 성급함 탓이다.

9일 창립하는 한국중국유학박사협회(가칭)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전문 지식을 제공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간 중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회원 600여 명을 활용해서다.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영주(63) 대우경제연구소 회장은 "사업.직장 때문에 중국에 가 있는 한국인이 현재 30만 명인데 2010년께는 1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현지 대사관이나 KOTRA 직원들 만으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 민간 전문가인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는 무료로 컨설팅을 하되 대기업에는 자문료를 받는 식으로 협회를 꾸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포항제철 베이징(北京)사무소 수석대표(91~93년), 청구주택 중국본부장(93년 말~95년 초), 쌍방울 중국법인 부회장(95~98년) 등을 지내 경제계에서 중국통으로 꼽히는 이 회장은 국내 '중국 대학 출신 박사 1호'이기도 하다.

성균관대 중문학과 3학년 때 대만으로 유학가 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96년 베이징대에서 54세의 나이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중국 국영 CCTV가 "한.중 수교로 한국인 최초의 박사가 탄생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비수교국 국민에겐 박사학위를 주지 않는다는 게 중국의 방침이었다).

"고려말 원나라와의 외교에 일익을 담당했던 목은(牧隱) 이색 선생이 19대 조부입니다. '중국통인 후손이 나와야하지 않겠나'라는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한 게 벌써 40년이 돼가네요."

이 회장은 "땅이 넓은 만큼 중국은 지역마다 사람도, 문화도 다르다"며 "중국 진출에 앞서 사업 아이템이 해당 지역과 잘 맞는지부터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중국유학박사협회의 창립총회는 9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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