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숨겨진 삶의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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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32강전>
○·저우루이양 9단 ●·박영훈 9단

제14보(150~161)=또 죽고 사는 문제가 등장했군요. 백이 살면 흑이 죽고 백이 죽으면 흑이 살게 됩니다. 이 판도 종착역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중앙 흑 대마는 14수니까 백은 수를 15수까지 늘리거나 그게 아니면 두 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흑▲의 급소 일격으로 두 눈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우선 ‘참고도1’ 백1로 막아도 집이 없습니다. 흑2에 백3 끊어도 연결이 불가능하지요. 중앙 쪽에 약간의 공간이 있긴 하지만 이쪽에서 한 눈도 낼 수 없다면 삶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저우루이양 9단은 150으로 품을 넓히며 응수를 봅니다. 박영훈 9단은 즉각 151에 찌르고 153의 급소를 두드립니다. 대마는 이미 죽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우루이양이 수상전을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것은 뭔가 삶을 봤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도 삶이 희미하게 숨 쉬고 있었습니다.

 158,160을 둘 때만 해도 백이 자포자기구나 싶었습니다. 흑이 161로 빵 따내니까 백 모양은 거의 풍비박산이 됐거든요. 하지만 이 다음 백에겐 재미있는 수가 준비되어 있었지요. 바로 ‘참고도2’ 백1, 3인데요. 흑이 4로 이으면 백5로 살게 됩니다. 흑이 A에 둘 수 없으니까 딱 두 눈이 나는 거지요. 삶과 죽음이 참 오묘합니다. 그냥 사는 건 아니고 패가 되겠지만 대마의 생명력이 참 질기지 않습니까. 하지만 백 대마가 패에 걸린다면 중앙 흑도 사는 건 문제가 없겠군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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