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극 『팔리아치』 공연 국립오페라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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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립「오페라」단이 제13회 작품으로 단막가극 『카발레리아·루스티카나』(「마스카니」 작곡)와 역시 1막 가극인 『팔리아치』(「레온카발로」 작곡)를 동시공연으로 지난 20일∼24일 국립극장무대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남의 품에 안겨버린 옛 애인 「롤라」를 못 잊는 마을청년 「투리두」와 그를 애모하는 「산투차」 사이에 얽힌 사랑의 비극을 시종 「이탈리아」 특유의 감미롭고 애절한 서정으로 노래한 『카발레리아』는 같은 시대. 한민족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비극을 풍자와 극적 「시추에이션」으로 부각시킨 『팔리아치』와는 크게 대조된다. 『카발레리아』에서 「산투차」역으로 분한 이경숙씨의 노래는 표현도 있고 창법도 건강하다. 그러나 세심한 안면동작 묘사에 비해 「액션」의 폭이 좁은 느낌이다.
「투리두」역의 안형일씨는 개막전에 들려준 「시칠리아나」에서 음정이 불안했으나 차차 원기를 회복, 고음가수의 위력을 과시했다. 「알피오」역의 오현명씨는 역시 무대를 압도하는 느낌이고 「롤라」역의 윤현주씨는 무난한 편. 「루치아」역의 이정희씨는 완벽에 가까운 연창을 보여줬는데 특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라스트·신」이 훌륭했다. 『팔리아치』에서 「네타」역의 박노경씨는 고음에 무리가 있으나 세련된 연창으로 갈채를 받았고 「카니오」역의 박성원·「토니오」역의 김원경씨가 호연이었다.
그밖에 「빼빼」역의 김정남 「실비오」역의 박수길씨가 자기 역을 무난히 해냈다.
신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제 13돌을 맞이한 국립「오페라」단은 수년이래 상당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오페라」단에게는 기대가 초조한 것은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새로운 작품선정·창작「오페라」 개발 등 참신한 기획쇄신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키스트러」 지휘에 이남수씨) <김기정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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