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리 가능한 이슈가 아니어서 … "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해 정쟁 더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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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지난해 대선 때 트위터를 통해서도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21일 말을 아꼈다.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지켜보자”는 말뿐이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했음에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제기하는 이슈 같다”며 “청와대로서는 (이 문제가) 관리 가능한 이슈가 아니어서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교체와 관련해선 “윤석열 지청장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검찰 내부 사람들이 지금의 수사팀이 보여온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윤 지청장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법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는 등 사실상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었다.

 청와대는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는 박 대통령 발언(8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댓글 사건에 대한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사그라지기는커녕 댓글뿐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리트윗하는 형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의 무대응과 침묵이 오히려 댓글 논쟁을 장기전으로 흐르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쟁(政爭)에는 끼지 않고 오직 민생 챙기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 본래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민생 대신 정치 분쟁만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유성진(정치학) 이화여대 교수는 “청와대가 모든 사안에 대해서 사사건건 응답하는 건 답이 아니겠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대선이 끝나고 1년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무책임한 태도”라며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윤 지검장 교체 사건은 채동욱 전 총장 퇴진 후 검찰총장 공백 속에 벌어졌다. 검찰 지휘체계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당정 간, 여야 간 조율과 타협을 이끌며 국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여당조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는 실제적인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대통령께서 직접 관여한 일이 아니라 믿는다. 국민은 ‘대통령께서 직접 관여했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국기문란을 해결해야 할 책무가 현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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